상처 받지 않는 영혼: 마이클 싱어..

이 책의 원제는 untethered soul, 그러니까 어딘가에 묶여있지 않은 영혼, 그러니까 감정이라든가 헛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 영혼(의식)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니까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제목을 뜻이 다르게 달아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면 더 팔릴 것으로 기대한 것인가?) 이 책은 분명히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잡념으로부터 ‘나’를 잃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나는 마음이 매우 힘들어진 뒤에 이 책을 읽은 터라 책의 내용이 나에게 너무 잘 와닿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책을 수십번 읽고 외우다 시피 하는 것이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배우는 것보다 이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불교대학 신청한 것을 취소할까 한다는 말이다.

대부분 마음이 힘들 때 어떻게 해야 하냐 라고 질문하면 날아오는 대답들은 대개 한결 같다.

  1. 생각의 프레임을 바꿔라.
  2. 불편한 생각이 올라오는 것을 알고 놓아주어라. 휩쓸리지 마라.

이 책에서 권장하는 방법은 두번째가 된다. 그런 생각이 올라오더라도 그냥 흘려보내라는 것이다. 특히나 나의 감정을 자극시키는 예전의 상처들 괴로운 기억들도 당당히 맞서서 그것들을 그렇게 나를 지나쳐가게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내가 다시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과거의 기억속에 빠져 머물게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의식이 탐/진/치에 몰입되지 않아야 위의 둘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삶의 문제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을 보면 이미 그 사람의 의식이 욕심/번뇌/망상의 바다에 빠져버린 상황이라 현실 구분이 잘 안되는 지경에 놓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자신이 한발짝 내지는 한참 떨어져서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관찰할 여유조차 없는 지경이란 거다.

마음이 불편하거든 아니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힘들거든 살짝만 떨어져서 상황을 관찰하라라는 말은 듣기엔 매우 쉬울 수 있는데, 실제로는 잘 안된다.

대개는 불편한 마음이 올라와서 그것이 나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해서 그런 마음에 휩쓸려서 내 의식이 자주 불편한 생각에 빠지게 되면 말과 행동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게 된다.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거나 싸움을 한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대개 이 상황에 빠지면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서 더 낮은 수준의 정신상태로 떨어져서 상대방과의 관계회복을 위한 시도보다는 ‘나 먼저 살고보자’는 식의 자기 합리화를 한다거나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려버리는 행동들을 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고 보면 이미 반 이상 엎지른 물이 되어버려 상황은 점점 더 되돌리기 어려운 수렁으로 빠진다. 상황이 어떻게든 잘 수습되지 않게 되면 더 극심한 상황에 빠져서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게 된다.

생각해보면 나는 살면서 여러 번 이 지경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대개 이 상황에 처하면 마음이 몹시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몸도 힘들어진다. 특히나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너무나도 빠르기 때문에 중간에 나의 의식이 정상적인 상태로 빠져나와서 상황을 중단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결국, 이것은 많은 인간관계를 통해서 수도 없이 학습하고 실습하고를 반복해야 가능해지는 일이다. ‘마음근력’이니 ‘정신근력’이니 하는 말은 이렇게 자신의 정신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일종의 근력과도 같아서 늘 관리해주지 않으면 다시 안좋은 상태로 빠질 수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대개 이 마음 근력이란 것을 ‘명상’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키워주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나의 의식이 안좋은 상태로 빠지게 되면 블안/부정적인 감정과 관계된 ‘편도체’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대개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사람이란 시스템에 일종의 ‘비상신호’가 켜진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성적이고 건설적인 생각을 하는 전두엽의 활동이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대개 이런 저런 자기계발서에서는 이렇게 처방을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두 번째다. 그냥 모든 안좋은 생각들은 싹이 틀때부터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의식이 감정이나 생각보다 상위의 단계에 가 있어서 늘 모니터링하고 나의 의식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게 하지 않는 버릇/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흘려보낸다는 말은 일단 어떤 생각이 일어나는지 그냥 지켜보고 있으면 얼마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그 광경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작용들은 그렇게 별 의미가 없는 것이구나 나의 인생에 별다른 도움도 영향력도 끼치지 못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다음에 일어나는 생각들에 대해서도 그것이 일어나는 것은 감지하되 그냥 온전히 놔주게 되는 것이다. 힘을 빼고 그냥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일컫는 용어들은 다양한데 무엇보다도 많은 실습을 통해서 스스로를 컨트롤 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나를 많은 사람들 앞에 놓이게 하고 그 때 맞이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을 실전 연습 문제로 생각해서 그렇게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우리가 우리 내면을 모니터링하고 컨트롤 하지 못했을 때의 문제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고 또 그것을 극복해냈을 때 얻어지는 이득에 대해서도 매우 잘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그것을 어떻게 유지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잘 다뤄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틈나는 대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읽고 매일 매일 스스로의 발전 상황에 대해서 기록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실습하는 일을 올해 내내 지속해 볼 생각이다.

여기에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을 내 삶에 내어맡기는 결심이 첫번째라고 본다. 내 자신을 내 삶에 내어맡기지 않고 상처받거나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가슴의 문을 걸어잠그고 내 안의 세계에 들어앉게 되면 사실 이 모든 것은 다 의미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