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에서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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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사는 것에 지극히 동조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와 같이 살다가 지옥같은 상황이 되고 그래서 혼자 살아보니 혼자 살 때의 장점이 분명히 같이 살 때 보다 월등히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은 이전의 ‘같이 살 때’의 기억이 좋지 못한 것에서 기인하는데, 여기서 섣부른 일반화가 작동했기 때문이랄까.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 보편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사실 ‘혼자 또는 같이?’보다는 ‘누구와 같이 사느나?’가 더 중요한 문제다. 혼자 사는 것은 ‘나’와 같이 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나와 같이 살거나 아니면 남과 같이 살거나 인데, 그 ‘남’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다.
나 아닌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사실 ‘나’와 같이 사는 것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이 다 내가 어떻게 마음 먹었느냐, 나의 지금의 생활 스타일이 내가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결과인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 물론 필연적인 것이든 선택에 의한 것이든 본인만 만족하고 답답해 하지 않으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만.
어떤 누군가와 함께라면 오직 ‘나’와 함께 사는 것보다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같이 사는 것’이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나’와 함께 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살다보면 자의든 타의든 ‘나’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계속해서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남’이 나와 같이 살아주지 않겠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게나 ‘남’과 같이 사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다. 쉽지 않은 만큼 재미가 있으니까 장점이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라는 말에 동조해서가 아니고 사람은 ‘소속감의 욕구’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하면 좋은 상대’와 같이 있을 때 사람은 분명히 더 행복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구하지 않는 것은
- 누군가를 찾기 위해 요구되는 자원(에너지, 금전, 시간, …)의 소모가 크다.
- 그 누군가를 언제 찾게 될지에 대한 기약도 없다. 성급하면 적정선에서 타협해야 되는데 그러기 싫은 거다.
- ‘어차피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결국에 나는 불행해지게 된다.)’라는 생각.
- 누군가에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매력적인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
- 같이 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면 (리스크/자원 소모) + 혼자 살아갈 때의 장점 »> 긍정적인 면 + 혼자 살아갈 때의 단점
이렇게나 행복하기 어려운 거다. 그러니까 ‘나’와 사는 게, 그게 좀 외로우면 개나 고양이와 사는 게 낫단 결론에 도달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