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훈련..

대개 피아노를 배운 기간이 짧고 그 이후에 악기를 다룰 일이 없었다면, 절대음감을 타고 나지 않은 이상엔 상대음감을 개발해야 한다. 적어도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어느 정도 음감개발에 도움을 주는데 매일 매일 음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쉬는 동안엔 청음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까 노래하거나 악기를 다루지 않는 때에도 음감이 좋게 유지되고 그런 방법 없나 싶은데 없다. 그러니까 운동하지 않는데 근육이 있는 몸으로 유지될 수 있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본다.

그렇다면 아예 음감이 없다고 생각하는 수준에서 어느 수준의 음감을 갖게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내가 아는 방법에서는 악기와 노래를 하는 것 말고는 별달리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나 패턴을 가진 학습법으로 매우 자주 훈련을 빡세게 해서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려놓아야 그 상태가 어느 정도는 유지가 된다고 본다.

무슨 말이냐면, 기본적으로 음계 연습을 하고 거기에 인터벌 연습(음과 음과의 거리를 통해서 파악하는 방법), 또 화음 연습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머리가 특정 음과 특정 음사이의 거리를 외워버리게 되고 특정 패턴의 화성진행을 외워버리게 만드는 방법이다.

질리도록 연주하고 듣고 연주하고 듣고를 반복하는 거다. 대개 건반을 다루는 사람들이 이런 훈련에 유리하고 단선율 위주의 악기 (기타도 일렉기타가 되면 사실 단선율을 많이 다룬다고 봐야지)의 경우에는 스케일 위주의 암기훈련이 되는데,

거의 매일 매일 빠짐없이 마음을 비우고 3-4개월 하다보면 뭔가 음정에 익숙해지는 느낌을 갖게는 되지만 그렇다고 그게 어떤 가락을 딱 듣고 오선보를 그려내는 능력을 갖게 만들거나 하지 않았다. 내 경우는.

사실 이게 가능해지려면 악기 말고도 입으로도 따라 불러야 된다. 왜? 더 잘 머리속에 각인되라고 하는 거다. 안그러면 그냥 시간만 낭비하고 만다.

이를테면 누군가 랜덤으로 두 개의 음을 연주하고 그 음정관계를 찾아내라고 하거나 개개의 음이 뭔지 맞춰보라고 하는 연습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이것도 사실 들을 때 뿐이다.

절대음감들은 소리가 나자마자 무슨 음인지 정확히 아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작음부터 뭔지 모르고 그 다음에 울리는 음도 허망하게 앞음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흘려버리고 만다.

그러니까 이런 일련의 훈련을 통해서 절대음감 없는 우리가 얻는 것은

이 중에서 나는 집중력에 대한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스스로 디자인해서 연습을 버릇처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그럴 수록 뛰어난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가져다가 이용하는 것이 좋다.

기타를 치는 사람에겐 Frank Gambale의 guitar workout이 가장 좋다. 사실상 손가락 훈련과 듣기 훈련을 나름 집대성한 것이라 매우 좋다. 이것은 유튜브로도 풀려있으니까 오디오 트랙만 받아서 연습하면 된다. 문제는 좀 길다는 것인데 음악을 심각하게 해보기로 했다면 매일 75분 투자로 3-4개월이면 현격히 좋아지는 것을 실감할 수 밖에 없다.

기타를 친다고 하더라도 사실 건반 화성을 하고 악보를 읽으면서 청음 연습을 하는 것이 더 좋은데 사실 건반을 하게 되면 특별히 다른 악기들에서처럼 청음 연습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 보단 그냥 연주를 하는 것만으로도 청음연습 효과가 탁월하다고 본다. 건반이란 악기가 절대 음감을 기본으로 하는 데다가 (기타와 같은 악기들은 상대적으로 해당 조에서 root가 위치하는 프렛이 어디냐에 따라 조가 결정되고 그 위에서 상대음정으로 연주하게 되니까) 오선보를 더 열심히 봐야 하는 거라 이런 프로그램이 딱히 만들어져있지 않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