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레드미 워치 4를 샀다..

다들 좋다고 하고 내가 (사진으로) 보기에도 좋아보이기에 질러봤다. 결론은 ‘괜찮다’다.

난 이 물건의 가장 큰 장점은 시계 + 만보기 + 각종 노티 기능도 좋지만 잠을 얼마나 잤는지 측정해주는 데 있다고 본다. 나는 그동안에 내가 얼마나 오래 자고 있는지, 그 안에서 deep sleep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일단 시계를 차고 자면 그것을 잘 알려준다. deep/light sleep의 차이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나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이 시계는 내 심박수라든가 움직임을 통해서 파악하지 싶다. 어쨌든 그 근거가 확실하게 있을테니 그러지 싶은데, 적어도 수면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놀란 것은 최근 내가 짧으면 4시간 보통 5-6시간, 어쩌다 맘 먹으면 7시간 정도 자고 있다는 것이다. 한창 때엔 무슨 수가 있어도 8-9시간을 꼭꼭 채워 자던 내가 4-5시간을 자고 있다니 이러고도 멀쩡히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까? (그럴리가 없지 당연히). 하는 거다. 어렸을 적엔 많이 자고 싶어도 해야 할 게 많아서 못했다면 지금은 되려 오래 자고 싶은데 이런 저런 유혹에 빠져 오래 자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다 못해 대낮에 커피라도 한잔 더 마시고 싶고 그래서 밤에도 말똥 말똥 하면 책이라도 한 글자 더 읽고 싶고 별 것 아닌 토픽으로 검색해서 알아보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거다.

그깟 것들 전혀 모르고도 우리 선조들, 부모님들 다들 잘도 살았는데, 왜 이 귀한 잠을 자야할 시간에 그런 것들을 알아보고 싶은 욕구가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어제 밤에는 갑자기 차에서 나던 신경쓰이는 잡음을 해결하겠다는 의욕이 생겨나서 유튜브도 보고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들어가서 이런 저런 글을 읽다가 마침내는 새벽 1시가 넘어서 좋은 해결책을 떠올리고는 그것을 실행해보고 검증까지 해보고서야 자느라 3시가 다 되어 잠이 들었다. 차라리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7시간 정도 푹 자고 일어나서 해도 될 것을. 아침 일찍부터 누군가 집에 와서 같이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 걸 뻔히 알고서도 궁금증을 모두 해결하고서야 잠을 잔 거다.

아쉽지만 나와 다른 누군가의 스케줄에 맞춘다는 것은 그만큼 피곤하고 쉽지 않다. 나는 적어도 12시에 잠이 든다고 하면 9시까진 푹 자고 싶다. 그러나 쓸데없는 욕심을 채우느라 새벽 3시가 다 되어서 잠이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잠없는 누군가의 아침 스케줄 상대가 되어주기 위해 7시에 일어나야만 한 거다. 아침형 인간이고 뭐고 간에 일단 잠을 푹자고 봐야한다.

밤 9시쯤에 잠이 들어 새벽 5-6시에 일어난다면 나야 말로 건강한 아침형 인간이겠지만 뭔가 뜻하지 않은 리서치 토픽이 집중하기 좋은 한밤 중에 생겨나면 그것이 풀릴 때까지 잠을 이룰 수 없는 이라면 아침형 인간이 버거울 수 밖에. 역시나 밤 9시쯤 책을 붙잡고 누워서 이것 저것 읽다가 잠이 오면 반갑게 맞아주는 그런 생활로 돌아가야겠다.

사람은 배터리처럼 아무 때나 에너지를 채워넣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어쩌다 잠시 낮잠을 잔다고 밤에 채우지 못한 고퀄의 휴식을 그대로 보상 받진 못하고 한번 잠을 심하게 빼앗기면 회복까지 시간이 제법 걸린다. 그래도 오늘도 못 채운 수면 시간을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로 보상(?)아닌 보상을 받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내라고 해주고 싶다.

나는 뭐니 뭐니 해도 9시경에 잠이 들어서 해뜰때 눈을 뜨는 그런 정상적인 생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