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D 12.3.6...

요새 열심히 FSD 관련 테스트 영상들이 올라온다. 대부분 너무 끝내준다 대단하다 하는데, 아직 12.3.6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12.3.5에 대한 소감 (아주 잠깐 몇 번 돌려본 경험으로)에 대해서 애기해보면

좋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난 FSD를 5분 이상 켜놓기가 쉽지 않았다. (FSD를 도무지 왜 샀는지..)

왜? 쓸데 없이 조심스럽고, 근거없이 너무 과감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영상들은 차가 많이 돌아다니는 도심지 보단 차가 없는 시골이라든가 차량이 덜 움직이는 언덕이라든가 도시 한복판에서 찍었다. 차량의 운행이 매우 빈번한 고속도로라든가 꽉 막힌 로컬 도로를 다니는 것을 찍어올린 것은 보지 못했다.

내가 사는 도시는 고속도로와 로컬 도로 모두 차가 꽤 빨리 달리고 있고 통행량도 굉장히 많아서 아무리 FSD를 뛰어나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별로 믿음이 가질 않는 거다. 빨리 달리는 차들이 많고 차량의 밀도가 대단히 높은 곳에서 차선 변경을 하는 것도 굉장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데, FSD가 하고 있는 짓을 보고 있으면 뭐랄까 새로 운전 배워서 막 큰 길에 나온 친구가 운전을 하고 내가 조수석에 앉은 그런 기분이랄까?

오늘 12.3.6 업데가 떠서 설치해보고 시험 주행을 해봤다. 물론 한밤 중에 차가 거의 다니지 않을 때쯤에.

이 녀석이 상당히 과감하다고 말하는 것은 FSD일 때 조건을 보수적 (chill)로 놔두었음에도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겠다고 결정할 땐 (내가 느끼기에) 빠르게 가속해서 튀어나가고 특히나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할 때에 차선이 그려진 그대로 따라나가려는 힘이 강하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이 그러하지 않기에 쓰레기나 장애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조건을 무릅쓰는 경우가 있다. 무슨 말이냐면 우회전해서 기존 차선에 병합된다거나 하는 경우 대개 기존 차선에 차가 없으면 대개 곧바로 병합해버리는 선택을 하는 반면 이 녀석은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안쪽 차선 보단 되도록 가장 바깥 차선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 대개 이런 경우 인간이 운전할 때는 곧바로 안쪽 차선으로 병합하기에 바깥 차선엔 쓰레기나 돌이 널려있거나 할 확률이 높다.

또 스스로 navigation을 해서 가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음에도 뭔가 근시안적인 선택을 한다는 거다. 무슨 말이냐면 2개의 차선으로 좌회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할 때, 좌회전을 한 뒤에도 계속해서 안쪽 차선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route를 타고 간다고 하면, 가장 안쪽 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좌회전을 한 뒤에 다시 안쪽 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해야 한다. 만일 두 차선에서 같이 좌회전 한 차량들이 제법 많다면 분명히 이 과정에서 곤란을 겪게 된다. 다시 말해서 안쪽 차선으로 오는 차량이 많기 때문에 좌회전은 쉽게 할 수가 없고 또 바깥쪽 차선에서 진행하려는 차들을 뒤에서 기다리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곳에 처음와서 길을 잘 모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되도록이면 위험 부담이 가장 적은 선택 (그러니까 가장 안쪽 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FSD는 현재를 기준으로 차선 변경이 가장 작은 경우를 선택해서 좌회전이 가능한 2개의 차선 중에 바깥 것을 선택해서 좌회전을 한 뒤에 다시 또 한번 차선 변경을 한다.

또 한 가지는 만일 같은 차선에서 앞에 달리고 있는 차량이 옆길로 빠져서 우회전을 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대개 이 차량의 운전자가 미숙하다거나 길을 잘 몰라서 급정거를 한다거나 시급히 감속을 하는 일은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따라서, 너무 간격을 짧게 두고 따라간다거나 이 차량이 자신이 원하는 경로로 잘 빠져나갈 것이라고 예측을 하면 안된다. 대개 뭔가 모자르고 멍청하게 운전을 할 거다 라고 가정해서 제법 차간 거리를 두고 따라가거나 뭔가 멍청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 잽싸게 감속해서 따라가야 맞다. 그런데 FSD는 그렇지 못했다. 뭔가 잠시 딴청을 부렸는지 초행길이라 예외의 상황을 맞이 해서 우회전을 하려고 바깥으로 빠지다가 움찔하는데, 뒤에서 다소 가깝게 따라붙다가 이 상황을 맞이하자마자 이 차와의 추돌을 피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고 곧바로 자율 주행을 포기하고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넘겨버렸다.

차량에 달려있는 카메라들을 전부 사용해서 이것 저것 사람에 비해서 꽤나 꼼꼼히 살피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겠지만 아직은 생각보다 사람에 비해서 시야가 넓지 않고 인식 능력이 모자르기 때문에 근시안적인 결정을 하고 차선이 비교적 좁고 노변에 주차해놓은 주택가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로 좀 불안해진다. 물론 뛰어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사람의 운전실력에 미치지는 못한다.

아마도 대개는 초행길에 FSD를 이용할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애매하게 엉뚱한 결정을 하는 것보단 FSD가 더 정확한 결정을 한다고 생각할 수가 있으니까. 그런데 아직 내가 보기엔 통행량이 많지 않은 고속도로라든가 도로의 설계가 복잡하지 않은 지역의 로컬 도로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직은 안심할 만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뭐랄까 쓸데없이 빨리 가속을 했다가 곧바로 stop sign을 마주하면 회생제동으로 만으로 제동거리가 확보되지 않으니까 브레이크가 개입되는 상황도 맞이한다. 내가 운전하는 경우에는 거의 100% 회생제동으로 다닌다. 전기차로 바꾼 후에는 회생제동을 사용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불편하다. 이렇게나 사람의 습관이 무섭다고나 할까. 회생제동으로만 운전하는 게 여러 가지로 부드럽고 심정적으로 더 좋다. 기계식 브레이크를 집적 구동하면 뭔가 운동 에너지를 전부 열로 소모해버리는 그런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