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D 12.3.6...대충 일주일 써보니

FSD라는 기능이 잘 모르는 입장에서 봤을 땐 참 좋구나 하기도 했고 그게 좋다고 이야기하는 유튜버들 때문에 정말 그럴까? 했는데, 기계에 대한 믿음이 거의 없는 나에겐 막상 일주일 써본 내 경험으로는 아직도 아니올시다다.

특히나 로컬 도로에서는 별로 큰 도움이 안된다. 왜? 운전하고 있는 걸 보면 답답하단 생각이 너무 들어서 말이지. 계속 이게 버전업이 되는 것은 복잡한 로컬 도로에서 발생하는 예외상황들을 잘 극복해내기 위함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글쎄다. 뭐랄까 유튜버들은 pro-tesla인 것인지 외주 판촉사원인 것인지 비디오로만 볼 땐 편집을 잘 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최적의 세팅이 있는 것인지 어쨌든 FSD가 굉장히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지난 번에도 얘길 했지만 나에게 익숙한 길을 주행하는 것은 ‘내’가 하는 게 정말정말 훨씬 낫다. 수차례의 주행을 통해서 나의 뇌는 최적화된 경로를 이미 확립했지만 FSD는 그렇지 못하니까.

장거리 여행에서는 FSD가 좋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그런데,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는 일은 할 수 없고 (차량이 그렇게 허용하지 않는다) 아직 FSD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팔과 다리 모두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태로 있어야 되니까 피로도가 줄어들지 않는다. 이게 가능하다는 사람들이 나는 존경스헙다. 로컬 도로에서 경험한 바로는 모두 다 좀 아니올시다다.

에너지를 특별히 아껴주는 것도 아니고, 괜히 브레이크를 밟아야 되는 상황도 생기고, 쓸데 없이 느리게 달려서 민폐를 끼친다거나 주택가에서는 도로가 아닌 곳으로 가려고 할 때도 있고 길가의 쓰레기 통 같은 것도 제대로 인식을 못해서 충돌할 뻔도 하고. 또 차선의 정중앙으로 달리려는 경향 때문에 옆 차선에서 오는 이들과 간격이 좁아지는 문제가 있는데, 특히나 semi-truck들은 차폭도 크고 바퀴에 매우 긴 스파이크들이 잔뜩 달려있어서 그런 식으로 달리다가 살짝 닿기라도 하면 대참사가 일어날 게 뻔한데 말이다.

어차피 내 잘 못 아니면 아니냐가 아니라 뭔가 사고가 나거나 하면 물질적 손해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정신적/시간적 손해를 발생시키는 엄청난 골치거리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똥은 피하고 봐야 하는 거다.

내가 고작 FSD 테스트하자고 이 귀한 차를 끌고 장거리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아직은 없다. 마일리지도 크게 늘고 차 안도 지저분해질게 뻔하고 괜히 뻔한 주차장에 세워뒀다가 보나마나 지난번 처럼 묻지마 vandalism을 당할 확률이 100%에 가깝다고 나는 본다. 이래서 가벼운 접촉사고 쯤 아무것도 아닌 만한 차를 타는 게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참 좋다.

내 차 처럼 얼마 하지 않는 것도 이 지경이고 보면 훨씬 비싼 아이들은 얼마나 많이 당했을까 생각해보면 그 차 주인들이 대단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