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기 싫은 현실을 회피하기...

누구에게나 마주하기 싫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 싶다. 현실적인 문제이고 당장 해결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만 그게 잘 안되면 그냥 마음 속 어딘가에 묻어두고 떠오를 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해결하지 못하고 다시 묻어두고 하는 식으로 반복되다가 마침내 유효기간이 다 되어서 강렬한 스트레스를 남기며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좋은 결말이 되었든 안 좋은 결말이 되었든.

애초에 좋은 결말이 날 현실적인 사안이었다면 진작에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시작부터 기미가 좋지 않았던 것들, 나의 능력으로 해결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던 것이거나 믿음직하지 못한 누군가가 나의 문제를 해결해주어야만 되는 것이었든가, 아니면 그 누구에게든 이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 짐작되었던 것들은 해결해야 되는 것이지만, 잘 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 꺼내보기도 싫어서 계속해서 묻어두게 되는 거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내가 귀찮게 계속 채근을 해야 되는 것인데, 사실 나도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맡겨놓고 그것을 채근하기란 역시나 쉽지 않다. 물론 ‘나’를 위해서 살아가자면 그냥 눈 딱 감고 틈나는 대로 채근해서 일을 해결해야겠지만. 누구에게 싫은 소리하는 게 나 역시도 쉽지 않기에 그렇게 해서 점점 묻혀져 가다보면 잊혀지게 되는 거다. 귀찮거나 괴로운 문제는 서서히 잊혀지도록 묵혀버리는 거다.

그냥 깔끔하게 시작부터 포기하고 단념하면 좋으련만. 어차피 쓰지 않을 물건을 (버리기 아까우니) 창고에 쌓아두었다가 결국에는 버리게 되는 것처럼이나, 아예 그럴 바에 시작부터 누군가에 줘버리거나 버렸다면 속 편했을 것을. 이렇게나 단념하기 아까와서 들고 있는 개인적인 문제들, 물건들. 그냥 오늘이라도 깔끔하게 정리해서 날려버리고 싶다. 괜시리 마음 한켠에 들어있다가 가끔씩 떠올려져서 내 마음을 답답하게 만드느니 차라리 없는 것으로 치고, 차라리 손해가 난 것으로 해버리면 얼마나 가뿐할까 하는 거다.

오늘도 하기 싫은 일을 계속 뒤로 미루고, 그렇게 뒤로 미뤄버린 일 때문에 당장 해야 할 일의 우선 순위가 뒤죽 박죽 되어 무엇부터 해야할지 막막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제발 내가 빨리 정신차리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