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데 난...

세상의 흐름을 들여다보다가 어쩌다 github의 risc-v repo를 들어가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흥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미 AI가 현실화 되어서 이제 곧 못하는 일이 없게 되어가는 이 마당에 나는 여전히 옛날 방식으로 일하며 재미를 볼 것을 생각하며 기분 좋아지고 있는 나를 본다.

verilog로 프로세서의 로직을 만들어서 FPGA가 박힌 자체 설계 보드에 넣어보고 그 위에 linux도 포팅해서 올려보고 이것 저것 연결하고 프로그램도 돌려보다가 원하는 기능과 결과가 모두 작동하는지 이래 저래 시험해보고, 안되면 될 때까지 매달려보고 그걸 위해서 이런 저런 프로그램/스크립트를 짜주면서 희열을 느낄 생각을 하니 자동으로 흥분이 되는 거다. 적나라하게 얘기하자면 이런 짓거리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사람들이 많이들 하던 거다. 아니, 지금도 이런 일이 좋으면 매일 매일 이 재미로 살아가는 사람이 허다할 거다.

마치 스스로 전기회로를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해서 그걸 납땜해서 만들어 놓고 설계대로 되지 않는 것을 디버깅하다 마침내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서 기뻐하던 초등학생의 중학생의 고등학생의 대학생때의 나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구나 하게 되는 거다.

그게 내연기관 자동차면 자동차, 그게 집짓기면 집짓기, 뭐 그런 식으로 자기 재미를 위해서 지금은 원시적인 수준의 일이라고 보여질 지언정 거기 푹 빠져서 살고 있는 거다. 나는 그래도 비교적 작은 규모에서 할 수 있는 컴퓨터와 칩으로 가지고 노는 일을 좋아하고 있을 뿐. 규모가 크고 많은 장치가 필요하고 물리적인 근력을 필요로 하는 일에 재미 붙이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란 사람은 전혀 전략적이지 못하고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냥 아무 거나 자기 좋은 거나 하고 살고 싶어하는 그런 인간이구나 하게 되는 거다. 지금하는 내 생업이 너무나도 다행스럽게도 나름 고소득 업종이었길 망정이지 그게 엄청난 저소득 업종이었더라도 나는 하고 있을거다. 그렇게나 나는 전략적이지 못하니까.

AI가 이렇게나 빨리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1인 사업체를 운영할 수도 있고 아예 잘만 하면 1인 그룹을 운영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것도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이런 엄청난 사회 변혁기에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나에게 큰 재미와 부를 만들어 줄 재미난 아이디어도 없고 그걸 밀고 나갈 전략적 추진력(?)은 더더욱 없는 내가 참으로 답답해보인다. 그저 내 PC에 설치된 llama3를 보면서 ‘글쎄 이 정도면 웬만한 콜센터 하나에 떨어지는 부하는 능히 커버가 가능하겠는데’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