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일을 하는 것이 옳을까?...

내 짧지 않은 경력에서 나는 여러 가지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의 대규모 팀의 일원으로 일하기도 해보고 아르바이트 비슷하게 정말로 작은 인원으로 일했던 경험도 있고 같은 대기업이라도 가내수공업(?) 규모의 작은 팀에서 일해본 적도 있다. 그러니까 업무를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 되는 팀들로 분배해서 그 결과를 통합하거나 아니면 극소수의 인원이 필요한 것들을 모두 만들어서 결과를 낸다거나 아면 그것보다 살짝 많은 인원으로 일을 하거나 하는 경험을 다 해봤단 말이다.

경우에 따라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해보게 되는데, 엔지니어 DNA를 타고 났다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극소수의 인원이 되든 안되든 끝까지 해보는 경험이 가장 좋았다. 전문성이 있는 팀들이 붙고 회의를 맨날 해대고 어딘가 가서 합숙으로 팀웍기르기를 하고 이따위 짓은 난 정말 싫어한다. 대개 내가 경험했던 일 잘하는 이들은 소셜라이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대신 일을 하면 일처리 속도도 대단히 바를 뿐더러 소통도 엄청나게 빨랐다. HR 전문가(?)들이 짜놓은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하는 것은 특히나 대기업, 그것도 HR팀에게 의뢰해서 이거 저거 행사할만한 자금이 쉽게 나오는 회사들에서나 할 수 있는 경험인데, 쉽게 말해서 일하러 나왔더니 팀웍 기르라고 놀라고 해놓고 놀기도 뭐하고 안놀기도 뭐하고 어정쩡한 상태에서 시간만 까먹는 짓이라고 할 수 있다. 도무지 이 문과스러운 짓은 왜 하는 것인지. HR에서 HR업무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엔지니어들의 생각은 너무 다르다. 그래도 이런 기회에 발상의 전환도 하고 … 개뿔. 돈 벌러 나온 회사에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내면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거 아닌 가. HR에서 하는 일들로 애매하게 시간까먹고 이도저도 아닌 시간을 보냈던 기억을 떠올렸다 갑자기 흥분이 됐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사람의 수라든가 기술의 수준이 낮다고 해서 외부에서 기술을 사들여와서 그걸로 그걸 개발한 것보다 못한 사람들을 투입해서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좀 집어치웠으면 한다. 내가 그런 꼴을 여러 번 봐왔지만 대부분 다 실패했고 또 기술을 들여오기 전에 검수하라고 들어갔던 경험을 떠올리면 ‘아 ㅆㅂ 이거 왜하나..’ 했던 기억 밖에 없다. 그래도 그 사람의 입장에선 나에게 할 말이 있을 거다.

‘너 그래도 내 덕택에 현업에서 일안하고 여기 저기 출장 다니고 나름 좋은 경험 하지 않았냐?’

원하지 않는 여행을 어거지로 갔는데 좋다고 할 게 있나? 회사 돈으로 갔으니 그래도 좋은 것 아니냐고? 그래 돌아와서 회의 몇 번하고 보고서 (글쎄 누가 읽었을지 모르겠다만) 쓴 게 다 일텐데 그 정도 비용을 투입하셨다니 감사(?)할 밖에.

대개 그 배경은..

그러니까 손안대로 코풀기? 뭐 이런 걸 하려고 하는 거다. 기술이나 사상 같은 것은 자료의 형태로 사오고 사람들을 불러다 몇달 교육받는다고 해서 이전되는 게 아니다. 시간과 노력, 경험이란 게 그냥 쉽게 이전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내가 못하면 사오면 되지 뭐 까짓거…’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걸 대단한 생각의 전환인 것인양.

저녁을 하려니 귀찮고 몸도 피곤하고 해서 근처에서 외식을 하거나 배달해서 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사람이 빠져있다는 것은 모르고.

그런 기술을 사겠다고 하는 이들 때문에 돈을 벌게 되는 것은 뭐 좋은데 자료만들고 발표하러가고 뭔가 나도 돈을 받고 있으니까 하는 일이긴 하지만 도무지 능률이 오르지 않아서 한달 넘는 시간이 그냥 날아갔다.

다음 주에 발표날인데 난 아직 뭘 발표해야할지 머리에 생각도 없다. 아니 그냥 하기 싫은 게 이런 식의 일인 거다. 차라리 다른 걸 만들고 특허를 써내라고 했으면 기쁜맘으로 기꺼이 했을텐데. 정말 이런 일은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아니 나한테는 안 맞는 종류의 일 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