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기전의 불안함...

항상 여행가기전에 뭔가 불안함 같은 게 생긴다. 이를테면 뭔가를 빼먹고 가서 공항에서 탑승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든지 탑승까진 잘 했는데 또 뭔가 안된다거나 도착했는데 뭘 빼먹었다거나 등등등.

생각해보면 난 해외여행을 내가 아는 사람들 대비 꽤 많이 했음에도 이런 불안은 늘 있어왔다. 출장을 가든 개인 여행을 가든 한해에 아무리 못 해도 두번이상은 했다. 생각해보면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빼고 다 가봤다. 또 불안하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겨서 곤란했던 때도 있고. 물론 그런 곤란한 일이 발생했었다고 하더라도 여행이 불발되거나 도중에 돌아와야 했다거나 아니면 더 오래 있어야 했다거나 하는 일 없이 여행을 잘 하고 왔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어쨌든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늘 check list 같은 걸 마련해서 준비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지만 신기하게도 뭔가 빼먹을 땐 check list에서부터 빼먹는다.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check list를 update해야 하지만 또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여행을 오래 다녀도 여행의 노우하우가 쌓이게 되지 않고 늘 리셋되는 거다. 또 미리부터 뭘 가져가야지 했다가도 이상스레 여행 직전에 뭔가 집안일을 하거나 시간을 왕창 까먹는 일에 매진하다가 정신을 잃어서 그냥 공항으로 가는 일도 많다.

그래서 일부러 구글 킵을 쓰는데, 그래도 여전히 빼놓고 가고 빼먹고 산다. 그게 인생이지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늘 잘 해야지 하면서도 늘 모자르게 그렇게. 모자란다고 실망하지 말고. 남들보다 모자랄까봐 눈치보지도 말고. 그 역시도 따지고 보면 모자란 인생인데 누가 더 잘나고 못나고 할 것인가?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운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지.

내가 그 사람의 상황이 되었든 그 사람이 내 상황이 되었든 누가 지금보다 더 잘 살아낼 수 있었을까? 그냥 살자. 있는 대로. 아쉽다고 생각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