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북유럽은 처음 와봤다. 위도로 가장 높은 곳은 에스토니아 였는데 이번에 기록을 깼다. 위도가 높은 곳의 특징인 여름엔 해가 길고 겨울엔 해가 짧은 상황을 잘 맞이하고 있다.

해는 새벽 3시 반쯤 떠서 밤 10시 반엔가 지는 것 같다. 뜨기전 지고 나서도 여전히 어느 정도 밝기 때문에 체감으로는 훨씬 더 길다. 해가 그렇게 길지 않은 곳에서 살다가 와서 그런가

이만하면 어두워졌겠지 하면 여전히 대낮처럼 밝고 하다보니 물리적인 하루가 심리적으로는 2번 반복되는 기분까지 들기도 한다. 공기가 맑다보니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밫의 밝고 어두움의 대비가 엄청나게 크게 느껴진다. 대낮에 그늘 안에서 밖을 바라보거나 밖에서 그늘 안을 들여다보면 뭐랄까 내 눈의 센서가 마치 그 엄청난 밝기의 다이내믹을 다 받아내지 못해서 너무 눈이 부시거나 아니면 반대로 너무 어둡게 느껴지는 거다. 빛의 관용도로 따지면 엄청난 사람의 눈이 그 지경이니 카메라는 오죽할까 싶기도 하고. 내가 살던 곳도 한 햇볕하는 곳인데 내가 살고 있는 동안 대기 오염이 제법 된 것인지 아니면 인근지역의 불이 나서 그런 것인지 기후가 뭔가 달라진 것인지 대낮에도 뿌연날이 많아져서 눈이 받는 부담이 훨씬 덜 했구나 싶다.

북유럽 국가가 산유국이 된 다음에는 살기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내가 봐도 그렇게 느껴진다. 어딜 가나 여행객들로 넘쳐나고 사람들은 생활을 위해 빡세게 살지 않아도 되고 그래도 되는 것 같다. 제법 이민온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너무 빡시게 사는 것 만큼 불행한 게 없다고 본다. ‘나만 행복하면 되지’ 하지만 빡셔서 죽을 것 같고 성질 다 버리고 숨쉴 틈도 없다면 그건 불행한 거다. 스트레스에 치여서 수시로 밖에 나가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그래야 되면 이게 살만한 건가?

대충 살아도 학위 받고 대충 살아도 취업이 되고 대충 살아도 월급 받고 대충 살아도 짤리지 않고 대충 살아도 늙어서 힘들지 않고…이게 다들 바라는 것 아닐까? 여기와서 보니까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