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간을 보내던 때를 회상하며...

지금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절망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몇 년 더 있으면 10년 전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매일 같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싶었던 생각들로 가득했었다.

사실 내가 나이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1년전 2년전 사진을 보면 지금보다 어린 나의 모습이 있고 그걸 볼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 할 걸 하는 생각을 하는 게 인생이지 싶다.

10년 가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서야 내가 깨닫은 것은 아무리 힘들었지만 나는 지금보다 훨씬 젊었으니까 즐겁게 지내자고 맘 먹었다면 얼마든 즐겁고 행복했을텐데 왜 그렇게 매일 같이 어둠의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고 있었는지 그렇게 날려보낸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그 모든 것 중에서 사람은 갖고 있던 것을 모두 잃어버렸을 때, 즉 상실감을 경험할 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이 ‘갖는다’, ‘소유한다’라고 하는 것은 실제로 갖거나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맡아두고 사용하고/즐기고 있는 것이거나 혹은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내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더구나 그것이 다른 사람이라고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흔히 그것을 가지고 있다 소유하고 있다 ‘나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것’이기에 그렇게 소중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된다고 또 다른 착각(?)을 하면서 그렇게 힘들어하는 거다.

소유(?)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하다보면 소유에는 ‘관리’의 의무가 따른 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이상 소유하게 되면 그것을 관리하는 데 내 삶의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어차피 영원히 가지지도 못할 것을 꼭 움켜쥐느라고 내 삶을 바치는 것이다.

가져서 기쁜 것도 있겠지만 가져서 성가실 수도 있다. 가져서 귀찮을 수가 있고 관리해야 되서 피곤할 수가 있다. 계속 그것이 내 곁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 참고 인내해야 하는 것도 있다.

신기하게도 가지고 있던 것을 잃고 나면 좋았던 기억만 솟아오른다. 아마도 어떤 것을 소유하고 싶은 강한 열망이 솟아오를 때, 그리고 그것을 소유하게 되었다고 착각할 때, 그것을 향유하고 있을 때의 즐거움으로 분비되던 도파민에 중독되었기 때문일까? 신기하게 나는 다른 것을 소유(한 척) 할 수도 있고 그것이 예전 것들 보다 분명히 (내가 느끼기에) 더 좋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왜 그렇게 상실감에 취해있을 때는 꼭 그것이 필요하다고, 그것이어야 한다고만 생각하는지 말이다.

어찌보면 이것은 평소의 사고 습관, 믿음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무엇인가 손에 쥐어지기 전까지는 절대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삶이라는 게 대부분은 즐거운 일로 채워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말이다. 어차피 삶에서 내가 맞이하게 되는 일은 길게 보면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것이다. 그냥 그러한 조건과 때가 되었으니 맞이하게 된 것일 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만 있을 뿐인데, 나는 그렇게나 일희일비하고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서 강한 의미 부여를 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 부여가 긍정적이지 못하면 삶은 점점 더 힘들어진 뿐이라는 것을 모르면서 살아온 것이다.

그래도 힘든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삶에 대해서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게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은 해본다. 힘든 시절을 겪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라는 게 있었을까?

아마도 나는 오늘도 내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일희일비하면서 그것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삶을 저주하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한탄하며 나보다 노력하지 않은 누군가가 잘 나가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다 나의 불운, 혹은 나와 가까운 사람 탓을 하면서 의미없는 속 앓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가 가진 좋은 것은 모두 내 것으로 취하고 싶지만 그것을 가짐으로써 함께 부여받는 의무와 성가심 따위는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아할 거다.

‘무소유’의 삶이 괜히 의미가 있는 것인가?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그 어느 것에도 속해있지 않으면 나는 그냥 한 인간으로 자유로와지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부여받은 자유를 마음 껏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자유라는 것은 누려본 적이 없다면 스스로 자각하게 될 때까진 알 수 없다. 힘든 시간을 오래 보냈지만 그동안 오랫동안 속박받던 굴레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자유란 게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나는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