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AI...

기술 발전 덕택에 사람의 지능을 보충하다 못해 지능에 있어서는 초능력자로 만들어주는 AI가 세상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었는데, 뭐랄까 마치 어제까지 준비하고 있다가 오늘 펑! 하고 뛰쳐나온 것 처럼 거의 인간 생활 모든 분야에 AI가 나타나버렸다.

그러니까 뭐랄까 이런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거나 그것들을 설명하는 기초 용어들을 모르고 있다면 아니 감조차 잡을 수 없다면 공포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막상 알고 보면 사실 그냥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보여진다. 그래 그렇게 되면 좋겠지 혹은 그렇게도 되겠네 처럼. 그러니까 다양한 업계 사람들을 모아다가 브레인스토밍을 했다면 나왔을 법한 아이디어들이 그대로 현실화 되고 있는 것 뿐인거다. 이를테면 ‘가상현실’이란 게 나왔을 때 ‘가상’ 뒤에 지금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명사를 붙여 조합했을 때 그럴싸한 것들만 추려도 엄청나게 재미난 것들을 해볼 수 있겠다 했던 것 처럼이나.

LLM이라는 걸 자꾸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람의 말처럼 앞에 나왔던 정보들이 다음에 나올 정보와 높은 상관도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처리 및 응용에 능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어떤 시퀀스로 진행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마치 백과사전처럼 다양한 패턴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 중에 내 입맛에 맞는 것을 꺼내달라고 하면 엄청 나게 빠른 속도로 가져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은 다 그런 식이다. 인간의 언어도 그렇고 컴퓨터 언어도 그렇고 (컴퓨터 언어가 어디 한 두 개인가?) 음악도 그렇고 연극이나 영화 등등 전부 그런 식이다.

그러니까 이미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시퀀스들을 학습해서 그것들을 인간들이 좋아하는, 다시 말해서 흔히 보여지는 패턴인데 여태까지 나오지 않은 조합으로 만들어달라고 하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거다. 아니 예전과 같은 패턴이라도 내가 생각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하면 잘도 알아서 가져다주는 거다. 그런데 이 좋은 기능을 왜 마다하냐는 말이지. 왜 빨리 만들어지지 않았냐 하게 되는 시점도 머지 않았다고 본다.

흔한 예로, 어떤 멜로디를 쓰겠다고 하면 당장 몇 개의 음만 주고 그걸 모티브로 작게는 3분짜리 곡, 길게는 4악장짜리 교향곡을 써달라고 해도 현재의 기술로는 못해낼 수가 없다. 이미 다 완성해놓았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럴싸한 음악들의 악보를 이미 모두 학습해놓고 LLM을 통해서 그대로 혹은 조합 변형해서 꺼내 달라고 하면 되니까. 악보수준으로 꺼내 줄 수도 있고 이미 연주까지 된 그리고 후처리까지 전부 된 완성품의 형태로 꺼내주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완성품으로 되어있는 형태를 엄청나게 학습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니 아직까진 좀 이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당장에는 기술분야만 놓고 봐도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하게 되는 모든 과정도 그렇게나 패턴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기존에 만들어져있는 것들에 대한 자료만 잘 학습해도 앞으로 나오게 될 것들을 잘 만들 수 있게 할 수 있는 거다. 인간 수준에서 검증할 수 있는 검증은 다 마쳐서 오류가 거의 없게. 사람들을 수십명 고용해서 진행하면 1-2년 걸려 할 일을 컴퓨터를 고생시켜서 1-2일에 걸쳐 해낼 수도 있는 거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그것은 그 중간과정의 일부를 사람들이 보고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생태계에 최상위에 존재하는 이들만 남고 나머지 하위레벨에 있는 것들은 모조리 AI로 대체 되거나 하위레벨에서도 중간과정 결과들을 검토/연결할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되는 식인 거다. 그렇게 되면 극소수의 인원으로 회사를 차려도 어려운 일들을 쑥쑥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특정분야에 특화된 AI 서비스가 그렇게나 싸게 제공될 것인가 아니냐의 문제도 있을 것 같고 아니면 경쟁이 너무 과열된 나머지 엄청나게 전문화된 지식들이 너무나도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제공된다고 하면 뭐랄까 AI를 잘 쓸 수 있고 그것들을 잘 검토해낼 능력의 사람들만 있으면 너무나 쉽게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결론만 나오게 된다.

어중간하게 눈치나 보면서 시킨 일이나 겨우겨우 해내던 사람들, 혹은 눈에 안띄게 업계에 존재 하면서 남들이 만들어놓은 가치들에 기생해서 살아가던 사람들은 다 어딜 가야 하는 것인가. 아주 조금이라도 AI가 가져다 주지 못하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만 업계에 남게 되는 것인가??

어디까지나 이 얘긴 인간 세상이 컴퓨터 프로그램 돌아가듯 자로 잰듯 딱 들어맞게 돌아간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니까. 지금도 이 세상은 그것과 전혀 다르게 돌아가고 있지만, 그대로 어떻게든 잘 돌아가듯, 앞으로도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멍청한 사람들도 많고, 머리로는 쉽게 이해해도 막상 자신이 해내려고 하면 AI가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해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많이 남아있으니까 적어도 내가 죽을 때까진 황당한 꼴이 일어나는 건 못 보겠지 하는 생각도 아울러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