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텔리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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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 내가 알기로 애플 인텔리전스를 쓸 수 있는 인구의 비율이, 특히나 한국에선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설레발 치고 있는 게 이해가 가진 않는다만.
나와 같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애플 인텔리전스에서 주로 쓰는 기능은 writing tool/summary 정도다. 원래 시리는 쓰지 않았으니까 상관없고.
이 기능들이 왜 좋냐면 내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켜주고 시간을 절약해주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회사에서 장문의 메일이 높은 곳으로부터 날아오면 짜증나는 서론 때문에 내용을 읽지 않게 되는데, 지금은 자동으로 summary를 해주고 또 내가 원하면 필요한 부분만 summary를 해서 볼 수 있으니까 참 좋다. 나도 제법 교육을 받고 나름 요약을 하라면 잘 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가 쓴 장문의 글을 읽다보면 요약한 내용만 보기보단 나도 모르게 글안에 있는 어떤 배경이나 의도를 파악한답시고 생각이 곁가지로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는 동안 날리는 시간을 벌 수가 있다. 누군가에게 요약한 내용만 복사해서 주기도 편하고.
또 writing tool의 기능을 잘 쓰면 간결하면서도 필요한 내용만 넣어서 보내기도 좋고 말 실수 하는 것도 막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의도하지 않은 식으로 쓰여진 것도 바로잡을 수 있다.
신기하게 이 기능을 쓰면 나란 사람이 글을 쓸 때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게 기술하는 부분이 제법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그렇게 이해의 흐름이 밖으로 빠지거나 그 때문에 쓸데없는 질문이 생겨나지 않게 기술하는 것도 결국 능력이구나 한다. 아니, 대개 머리가 좋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이렇게 글을 쓰고 이렇게 말을 한다. 읽거나 듣는 사람들이 딴 동네에서 헤메지 않게 딱 붙들어두는 거다.
이걸 외부의 LLM 통해서 할 수도 있고 집에서 좀 빠른 컴퓨터에 local LLM을 띄워두고 불러서 쓸 수도 있겠지만, 편집기 마다 그런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아직은 없고 (내가 아직 시간이 많아서 모든 VS code의 plugin을 다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애플 인텔리전스만큼 접근이 편리하게 된 건 못 봤다), 사실 사람이란 게 자신이 가장 먼저 접한 편의기능에 머무르게 되는 측면도 있어서 여간해서는 새로운 것을 찾게 되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내가 쓰는 맥이 여러 대 인데, 오직 apple silicon으로 된 것들만 이것을 지원하고 인텔맥은 사양이 아무리 훌륭해도 허울뿐인지라. 더구나 이제 애플에서 인텔CPU는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뭘 더 기대하겠냐. 모르긴 몰라도 요새 나오는 CPU의 동향을 보면 윈도우에서도 어떻게든 이와 비슷한 기능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 했는지도 모르는데, 내 눈엔 안보인다. 알고 싶지도 않고 솔직히.
결국 이런 식으로 가면 나는 다음 PC도 어쩔 수 없이 Mac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물론 지금 m1 pro도 답답한 느낌도 별로 없고 apple intelligence를 쓸 때 약간 느려지는 느낌은 있지만 충분히 빠르다고 느끼고 있다.
LLama3 이런 걸 받아온다고 쳐도 용량이 5GB가 좀 안되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 apple intelligence에 쓰이는 모델이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 안해봤지만 분명히 5GB까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모르는 걸 물어보고 답해주는 그런 LLM이 아니고 글을 쓰거나 요약을 하거나 하는 일을 도와주는 정도니까. 더구나 언어지원도 영어 밖엔 안된다. 고작 이거 하나 지원해주었을 뿐인데도 내 생활은 제법 편리해졌다. 쓸데없이 gpt니 groq이니 접속해서 호들갑을 떨어야 할 이유도 없고. 다시 말해 이렇게 저렇게 내가 뭔가를 customize할 필요도 없고 내가 평소 하는 일의 공정을 확 줄여주었다는 것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물론 그래서 내가 MacOS를 좋아하는 것이고.
자주 내가 외부 사람들과 zoom도 하고 하는데 그 사람들이 자기들 창에 띄워서 보여주는 그 작업 환경은 뭐랄까 좀 처참하다. 어떻게 저런 걸로 일을 하지? 뭐 내가 간섭하거나 오지랖 넓게 참견할 것은 아니지만 생산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의 평소 습관대로 일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은 다 내가 Mac을 쓰면서 변한 거다. 나도 옛날로 돌아가면 지금의 그 사람들의 작업환경과 별로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힘들게 힘들게 하고 있었을테니까. 힘든 건 좋은데 생산성이 바닥인 것은 뭐랄까 좀 그렇다.
이 사람들이랑 나중에 이야기하면 그럴 것 아닌가? “엄청나게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내가 그 사람들의 작업환경을 보면 그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 어느 정도일지는 그냥 안봐도 안다. 그런 작업환경을 나도 경험해봤으니까. 같은 일을 한다고 해도 Mac에서는 1분 걸릴 걸 20-30분 걸려서 겨우 겨우 해낼 수 밖에 없다. 결과물도 반짝반짝한 것과 거리가 분명히 멀고. 왜? 다 여기 저기 쪼개져있고 통합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쪼개진 것들은 뭐랄까 나름의 모자름들이 다 있다. 통합되어있어서 오랫동안 많은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갈고 닦여진 것들이 아니니까. 그래도 그 사람들은 그 작업환경이 괴롭지 않으니까 버티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 사람이 하는 일이 개인 취미로 하는 일이면 작업환경이 더 형편없어도 상관없지만, 남의 돈을 받고 일을 해내는 거라면 글쎄 회를 치는 사람들도 칼날이 무뎌지지 않게 매일 매일 칼을 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신의 작업 환경이 다양한 과정이 단축 되서 금방 금방 결과가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work ethic이 아닐까 싶은데.
회사에서 특별히 자신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라고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더라도 스스로가 자신의 work ethic을 다 하기 위해서 반짝 반짝 광이 나게 만들어놨다면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회사에서 뭘 해주지 않았으니까 불평하면서 느려터지고 삐걱삐걱 하는 환경에서 꾸역꾸역 일을 하고 있는 것이 work ethic을 넘어서 과연 자신에게 좋은 일인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