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kland Whey Pro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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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워낙 코스트코 빠돌이고 모든 음식과 생필품을 이곳에서 조달해왔는데, 어쩌다 보니 코스트코가 코앞에 있는 동네에서 살게 되는 영화를 누리고 있는 덕택에 원하는 물건이 코스트코에 좋은 가격으로 똬악 나와있으면 뭐랄까 도파민이 돋는 달까. 한국어 표현에 기분 좋은 일, 바라던 일이 일어나는 상황을 도파민이란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고 하면 뭐랄까 (사람들의 상식 수준 발전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데 어쨌든 그렇다.
내가 현지 물가를 체감하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는데, 아마도 그게 ribeye steak 한팩의 가격과 On optimum Whey protein 한 봉지의 가격 되겠다. 한 때는 별 생각안하고 이 둘을 잘도 집어왔던 것 같은데 엄청난 물가인상의 여파로 멀리한지 꽤 된 것 같다. 대충 7-8년 넘어가는 것 같다. 그래도 뭔가 미련이 있는지라 냉큼 집어 오진 않지만 가격은 가끔씩 지나다니다 그 가격을 들여다본다고 해야할까. 생활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궁금해서.
잘은 몰라도 내가 이들의 가격을 보기 시작한지 10년 가량 흘렀는데 흐린 기억을 더듬어보면 대충 4배 이상은 뛴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받고 있다고 찍히는 돈의 액수는 그동안 대충 2.5배쯤 된 것 같은데 숫자상으로만 올라버린 임금 때문에 세금을 훨씬 더 많은 비율로 내고 있고 또 그만큼 미래가 불안해졌다는 느낌 때문에 더 많은 돈을 저축하고 있으니까 실제로 내가 느끼는 여유는 예전만 못하다. 그러니까 예전엔 훨씬 적은 액수의 돈을 집에 가져왔지만 아무런 부담 없이 ribeye를 집어다가 구워먹었다고 치면 지금은 딴나라 고기가 되어버린 거다.
그것도 처음엔 두꺼운 것들을 가져다가 구워먹었지만 그후로 2년쯤 지나서부터는 얇지만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바꿨고 그 후 2년이 지나서는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아예 집어오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정말로 다른 세상의 고기가 되었다. 물론 어쩌다 한번씩 세일을 한다고 하면 큰맘 먹고 집어와서 먹기도 하지만. 되려 다른 고기로도 그런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구나 하는 방법만 찾아내려 할 뿐.
불행인지 다행인지 혈액검사를 받아보니 포화지방을 멀리할 수 밖에 없는 지경이 되어 이젠 누가 먹고 있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용기내서 한 두 점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인 상황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포화지방이 질질 흐르는 생고기가 아닌 파우더 상태의 단백질을 가져다 먹어야 되는 상황이 되고보니 (그래도 그릭 요거트 같은 것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Kirkland가 또 한번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Optimum Whey power는 이제 정말 비싸져서 나에겐 그저 두꺼운 ribeye steak처럼 보일 뿐이었는데, 5.x 파운드에 48불이라는 나름 획기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으니 말이다. 현실 물가를 매우 빠르게 반영하고 있으니 나에게 protein powder는 gold powder나 다름 없이 보일 뿐이다. 조금이라도 바닥에 흩뿌릴까 두려워지는.
뭐랄까 이 모든 흐름이 가만 생각해보면 나에겐 황당(?)한 것인데 그러려니 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게 그냥 충격인 거다.
오늘 누군가와 얘기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92년에 Nirvana가 그런 음악을 들고 나왔을 때 나는 뭔가 충격을 먹었다고 했는데, 나보다 17살 많으신 형님(?)에겐 그저 7-80년대 밴드 음악과 별로 다르지 않았어서 그저 그랬다는 이야기. 나에겐 이런 물가 충격이 계속해서 경이롭기만 한데 형님 보시기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반복쯤으로 보이실 뿐인거다.
세상의 흐름이란 그런 거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경이로울 것도 충격적일 것도 슬프거나 기쁠 것도 없는 그런 건데 다만 어리석은 중생인 나에게만 일희일비할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저 그러할 뿐인 일인데 왜 나는 자꾸 집착하고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지. 머리가 나쁘면 다른 사람들 말이라도 잘 들어야 되는데 고집까지 지독하게 세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