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le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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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umn leaves라고 하면 재즈기타 교본 같은 데에 가장 앞에 나올 만한 연습곡이지 싶다.
내가 이것을 첨봤을 땐, ‘아 왜 유명한 재즈곡이 엄청 많은 데 이 처량하고 오래된 걸 앞에 넣어놨나..?’ 했다.
이곡의 원전 연주는 무엇인지 나는 찾기 어려운데, 어떤 것을 찾아듣느냐에 따라 분위기며 연주 내용이 다 각각 다르다. 재즈 음악은 그런 거란 걸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는 마치 락이나 메탈 곡의 악보에서처럼 음 하나 뉘앙스 하나 틀리지 않게 연주해야 되나보다 하게 되는데 고작 단순한 악보 몇 단과 코드 진행만 나와있으니까 황당할 뿐이다. 너무 아무런 성의가 없달까? 교본에서도 별 다른 이야기가 없다. 어떻게 연주하면 된다 이것은 뭘 뜻한다 저것은 뭘 뜻한다 그런 게 아예 없다.
사실 음악을 배우는 것은 책이 이렇게 성의가 없이 되어있어서 학원을 다니게 되는 가보다 하게도 된다. 그런데 동일한 방법으로 배웠다면 선생님이라는 사람도 별 다른 게 없지 싶다. 자신 역시 그 교본이란 것을 보고 생각한 것을 학생에게 알려줄 수 밖에 없는 거다. 학원이나 개인 교습을 받았다면 그 사람을 가르친 사람의 해석에 따라가게 되는 것이고.
재즈기타는 말이 재즈기타지 재즈를 하는 어떤 연주 기법을 배운다거나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게 책에서 글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임프로바이즈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이를테면 쉬운 피아노 교본에서 나오는 것처럼 어떤 손가락으로 어떤 건반을 누르고 해서 간단한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내용이 아니라 기본 테마와 코드 진행을 주고 간단히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기본 테마를 한 두번 연주해주고 그 분위기를 끌고 가서 임프로바이즈를 해야 되는 거다. 밴드와 다같이 합이 맞으면 코드진행을 바꾸거나 조바꿈을 하거나 하는 것은 나중의 문제고 일단 주어진 코드에서 뭔가 듣기 좋은 내용들을 내가 즉석에서 만들어서 할 수 있어야 되는 거다.
이래서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다. 그냥 재즈 음악이 좋으니까 나도 한 번 해봐야지 하고 교본을 들여다보면 그냥 황당함 그 자체다. 기본적으로 음악 지식이 꽤 높아야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뭘 의도하고 있는지 반쯤은 이해하고 들어간다. 내용을 알기 전에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수준이 높다. 적어도 악기 수준이 제법 되서 또 시창 청음도 능력도 제법 되서 악보를 보고 음으로 옮길 수 있고 코드를 보고 어떤 분위기로 흘러가는지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고 악기로 바로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된다. 박자감각은 물론이고. 그런 게 없다면 듣고 배운 게 많아서 곡의 이름만 보면 잘 알 수 있거나.
그런 게 아니면 뭐랄까 시작도 하기 전에 게임오버 당한 느낌? 시작하려고 동전 투입구에 동전을 넣으려는데 그냥 막혀버린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