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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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LDL 측정 결과가 나에게 충격을 주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내가 극심한 허기짐과 싸우며 감량을 시작하고 몇주 지났을 때 측정한 것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비만한 사람들이 체중감량 프로그램에 도전해서 마칠 때 쯤 (사실 마친다고 하는 시점도 정상 체중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엄청난 과체중 상태이다) LDL 콜레스테롤 레벨이 급격히 증가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대해서 누군가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바는 없지만 몸이 감량 상태에 돌입하면 비상상태로 생각해서 몸의 지방세포를 분해해서 꺼내쓰기 때문이란 말을 한다. 나는 잘 이해가 되진 않는데, 확실히 이 시점에 측정을 하면 중성 지방과 LDL 콜레스테롤 레벨이 올라가고 HDL은 줄어든다. LDL 콜레스테롤 레벨이 중성지방 측정 수를 기준으로 계산되는 값이라고 생각해볼 때 어떤 가정을 세우든 조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즉 총 콜레스테롤 양에서 HDL을 빼고 중성지방을 5로 나눈 수를 뺀 값이 LDL 콜레스테롤 레벨인 것으로 계산한다고 한다.
대충 총량이 250이고 HDL이 40, 중성지방이 150 정도인 예를 생각해보면 LDL 레벨은 180이 되는 거다. 만약 여기서 중성지방 수치만 올라가면 LDL 레벨은 낮은 값으로 계산될 것이다. 지방세포가 분해되었다면 아마도 중성지방 수치가 크게 높아지고 간에서 합성된다는 LDL 레벨은 그대로가 되어야 할텐데, 간 역시 갑작스런 체중 감량 때문에 놀라서 LDL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급격히 늘렸다고 밖에 해석이 되질 않는다.
뭐 어찌되었든 혈액검사는 체중 감량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체중이 안정기에 들었을 때 해야 맞지 싶다.
BMI를 기준으로 해서 나의 적정 체중으로 보면 BMI가 22일 때 69kg, 24일때 대략 76kg 정도가 된다. 25 전이라면 적정하다고 하니까 나는 지금 적정 체중 상태 (BMI 23.5)에 있다. 목표는 23 정도다.
기억해보면 69kg은 아마도 내가 대학교에 입학해서 활동량이 크게 증가해서 고3때 살짝 불었던 살이 제법 빠져서 어딜 가서 있든 멸치 소리를 들을 만한 체격이었으니까 BMI 22가 적당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금도 체중을 감량하면서 몸 전체에서 볼륨이 엄청나게 빠져버렸다는 걸 나의 그림자를 통해서 봐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다. 어깨와 팔 부분이 빠져나간 것이 확연한데, 이것은 늘상 보여지는 패턴이다. 몸통이 빠져나가긴 하지만 워낙 많은 지방이 몰려있던 곳이라 상대적으로 가늘게 되어있는 팔다리가 크기가 줄어들은 게 더 확연하게 눈에 띈다.
체중이 줄면서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는 예전에 비해서 분명히 물을 덜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갈증이 줄었다고 해야할까. 물 뿐만 아니라 입에 들어가는 것들 자체가 줄어든다. 덕택에 소변을 보러가는 회수도 줄어든다. 처음엔 엄청난 허기짐을 억지로 꾹 눌러서 참았다고 하면 점점 허기짐이라든가 식욕이 줄어들어서 그렇게 된다. 먹으면 먹을 수록 식욕이 증가하거 덜먹으면 덜먹을 수록 줄어든다. 그러다가도 뭔가 한 번 물고가 트이면 식욕은 주체할 수 없이 증가한다. 그러니까 애초에 먹는 양을 정해놓고 그것을 습관들이는 것이 중요한데 어쩌다 그것을 놓치게 되면 문제가 발생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허기짐이 느껴지는 상태가 점점 익숙해진다. 허기짐이 느껴진다고 해서 곧바로 먹는 행동으로 연결하지 않게 된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 인생의 전반기에는 대부분 이런 상태에 놓여있었다. 수업시간에도 허기가 졌고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을 때도 늘 허기가 져 있는 상태로 돌아다녔다. 식사를 거르거나 했다는 게 아니라 식사의 양이 그 정도였다는 거다. 그 정도의 양으로도 식사할 때는 포만감을 느꼈다는 거다. 그러다가 또 때가 되면 식사를 했지 도중에 뭔가 허기진다고 음식을 입에 넣은 적은 별로 없었다. 간식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허기지는 게 당연했던 거다.
불행히도 그 이후로 이런 저런 사교 모임이 잦아지거나 하면서 모임 자리에서 ‘할 게 없으니’ 입에 뭔가를 계속/자주 넣기 시작한 게 문제가 되었다고 봐야할 것 같다. 그게 점점 먹는 양을 늘리고 안좋은 것들이 대거 들어오게 되면서 허기짐의 정도를 증가시키고 허기짐이 느껴질 땐 뭔가를 넣어주어야 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사실 그 때부터 체중의 증가가 일어났다.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기 보단 입에 들어가는 게 점점 늘어났지만 그 차이가 급격히 늘어났다기보단 서서히 늘어나서 그걸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부모님과 살고 있을 때엔 내가 먹고 있는 양을 늘 고정해서 주셨기 때문에 고정된 양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독립해서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점점 더 많은 음식을 먹어댔다. 성장은 20대쯤에 끝나는데, 난 그 이후로 점점 더 많은 음식을 먹어치웠다. 정말로 웃기는 일이다. 사람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활동량도 사실 20대 초반에 최대치를 찍는데 먹는 양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금 만약 내가 20대 초반에 어머니가 해주던 세끼를 모두 그대로 1년 이상 먹는다고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감량이 되지 싶다. 먹는 양도 들쭉 날쭉 하지 않고 이상한 음식 (밀가루/기름 가득 음식)은 대놓고 해주신 적이 없으니 크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당시엔 간식 같은 건 더 먹지 않았으니까 혹여 어쩌다 먹는다고 하더라도 매일 매일의 음식 섭취량이라는 게 지금에 비하면 꽤 작았으니까 체중 증가를 걱정하거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던 거다.
가끔씩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메뉴가 등장했던 것도 내가 정상 체중을 유지할 수 있었던 좋은 이유가 될 것 같다. 당시엔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이니 불만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해 볼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래도 내가 부모님과 같이 지내던 시절에 내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었구나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적어도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이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남들보다 성인병을 쉽게 방어하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