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없으면 고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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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상 보시라는 말을 얼마전에 듣고 알게 되었다. 아무런 상을 짓지 않는 보시(offering)이란 뜻이다. 그런데 누가 보시를 하면서 그에 상응한 대가를 기대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다고 한다. 교회가서 헌금과 십일조를 하고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대가를 기대합니다 하는 거란건가?
어쨌든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베푼다는 것은 그 베품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지지만 또 헛된 곳에 쓰여질 거라고 하면 헛된 된을 썼다는 생각때문에 되려 괴로워질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을 이렇게 보면 사이가 좋은 사람들의 경우는 내가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많다. 바라는 것이 아무 것도 없거나 날 귀찮게 하거나 부탁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물론 나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왜 자기 한테 떨어진 일도 혼자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그러나 내가 누군가를 도와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그것은 그 나름대로 좋은 일이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그렇게 타인에 대한 기대라든가 욕심을 버리면 내 마음이 편해진다. 그들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흔히 잘 못 생각하는 것이 마치 그렇게 누군가를 내내 도와주기만 하고 받지도 못하면 너는 ‘호구’가 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를 돌이켜보면 대개의 사람들은 그런 시절을 겪는다. 인연이거나 자신에게 비롯된 것이거나 나 스스로의 ‘지혜없음’ 때문에 등등.
누군가가 나를 호구로 본다고 하더라도 내가 호구가 되지 않으면 그 뿐이다. 나는 아무런 기대없이 누군가를 도와준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상대방이 나를 호구로 봤으니 굉장히 불쾌하다 따위의 생각을 하는 것이 바로 도와주고도 괴로움을 받는 경우다.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면 나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주자. 아무런 대가도 기대하지 말고.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하기 싫거나 불편하다면 거절하면 된다. 그들이 나에게 자신의 필요에 의해 나의 도움을 요청하는 자유가 있듯 나 또한 거절할 자유가 있다. 거절하게 되면 상대방이 불편해할 것을 생각해서 하기 싫을 것을 억지로 하지 말자. 하기 싫은 생각이 들고 그래서 거절했는데 그것으로 상대방이 불쾌해했다면 그런 관계는 언제든 그럴 수 있는 관게인 것이다. 막상 이 관계를 나쁘게 만들 생각은 없고 그런데 부탁을 들어줄 마음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냥 거절하는 것이 답이다.
나의 경험상 내가 들어주기 싫은 부탁을 관계가 틀어질까봐 걱정해서 자꾸 들어주다보면 그게 내가 호구가 되는 길임을 알게 된다. 나는 그 사람의 노예가 된다. 그깟 인간관계 내가 괴로워하면서 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그런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런 노예같은 경험들이 자꾸 반복되면 그 관계에 언젠가는 파국이 온다. 쉽게 말해 줄 거 다 주고 욕을 얻어먹는 지경에 이른다. 상대방이 나에게 욕을 하든 실망을 했다고 말하든 그것은 그의 자유니까 상관없지만 내키지 않는 일을 계속해서 하는 것으로 내가 고통받는 것이 진정한 문제다.
상대방이 나에게 베푼 것이 많고 심하게는 연인관계라고 하더라도 내가 내켜하지 않을 부탁을 계속해서 해댄다는 것은 결코 좋은 관계가 아니다. 어차피 오게 될 부정적 결말은 빨리 맞는 게 낫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그것으로 놓치게 될 다른 이익(?)을 생각하면 놓치기 아까울 수도 있겠지만, 그걸 미끼로 내가 노예가 되고 있다는 것을, 나의 자유가 구속받고 있다는 것을 놓치지 말자.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상대방에 대한 어떤 기대와 대가를 바라는 것과 상관없이 상대방이 나에게 그것을 바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원하는 대로 충족되지 못했을 때, 또 그 욕구가 계속해서 좌절될 때 관계는 깨어진다. 특히나 남녀관계는 서로의 욕망이 극대화된 관계이기 때문에 그것이 파국에 치닫으면 엄청난 괴로움이 발생한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기대와 욕심으로 만나게 되는 만큼 종국의 관계가 불행하게 된다는 말도 된다. 기대와 욕심이란 것은 일단 충족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자라나기 마련이다. 적당히를 모른다. 계속해서 상(기대)를 짓는다. 이것은 이래야하고 저것은 저래야 한다. 점점 더 좋아져야 되고 점점 더 내 마음대로 되어야 한다.
내가 그 관계의 당사자였다면 그래서 그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되지 못했다면 그것을 잃게 되었다는 괴로움을 가질 생각보단 그 관계의 노예가 될 뻔했는데 그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 것에 감사하자. 물론 어느 관계에 들어가게 될때 상대방이 나에게 노리는 것이 뭐라는 것을 대충 눈치채게 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할 수 있다 착각에 빠지기 때문에 쉽게 관계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인간 개개인은 자유롭다. 행복할 권리도 있고. 타인이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 상대방을 구속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이유로 잘도 구속하고 잘도 불행하게 만든다.
욕망의 주체가 본인의 욕망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괴로움이 가장 크다. 욕망을 만족시켜주지 못해 괴롭다면 제발 아서라. 당신은 누군가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아니고 영원히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렇게 해서 괴로움의 씨앗을 계속해서 심는 것이 결국 나에게 모두 결실이 되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