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괴롭다...

서울에 있는 부모님 댁에 가게 될 때마다 가장 처음 느끼는 게 있다. 온종일 TV를 켜두고 있다 시피 한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내가 부모님과 같이 살던 시절엔 늘 TV가 켜져있었다. 밥을 먹을 때도, 가족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을 때도, 집에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있을 때도. TV는 뭐랄까 인생의 동반자 그 이상의 존재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어쩌다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대부분 여가 시간에 소파에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뭐랄까 내가 삶에서 TV 따위 치워버린지 오래가 되어서인가 원하지 않는 데도 누군가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라는 이유로 왜곡되었거나 편협된, 그리고 불필요한 것들을 끊임없이 지껄여대고 있다면 당장이라도 진절머리가 날 것만 같다. 좀 들여다보면 그 얘기가 그 얘기고 계속해서 부연설명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부모님이 이야기하는 내용들을 보면 그분들의 삶과는 별로 연관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것들이 이런 저런 감정의 변화 (주로 스트레스/짜증)를 보면 있어봐야 아무 짝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구나 싶다. 아니, 티비를 켜두고 있는 주체인 부모님이 티비의 해악 보단 단지 집안이 너무 조용하면 썰렁하다고 생각하는 습관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보아야 맞지 싶다만. 그러나, 내가 부모님의 삶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자체가 무의미하기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긴 했지만.

그래도 세상이 많이 변해서 내가 내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사실 이것은 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되어버린 것이라 내가 원하는 정보는 매우 깊은 단계까지 들어가서 알아볼 수 있고 필요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것은 자연히 찾아보게 되지 않으니까 불필요한 정보들로 거슬리는 감정을 갖게 된다거나 할 일이 없게 되는 거다.

티비 방송도 예전에 비하면 꽤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티비를 보는 사람들의 넓은 취향을 맞춰주기 위함인지 어떤 목적에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들춰내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제법많다. 그러니까 그냥 들여다보면 불편한 내용인데 누군가 나와서 그 불편함을 대신 해소시켜주는 그런 프로그램? 병주고 약주고 하는 그런 프로그램?

뭐랄까 나도 생각의 변화라는 게 많은 부분에서 일어나서인가, 구태여 알 필요 없는 불편한 진실들을 알아야 할 이유가 없고 그것으로 괜히 나의 감정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내 삶에 관련된 것들만, 내 삶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만 들여다보기에도 삶의 시간이 모자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