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영어로 비슷한 말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딱히 떨어지는 것을 찾긴 어려웠다.

21세기에 그것도 나름 상장된 전자회사에서 일하지만 linux를 못 쓰는 인간들 참 많이 본다. 사실 linux는 현대인, 그것도 tech world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제대로 쓸 줄 모른다면 문맹이나 다름없다 라고 생각한다. 리눅스를 쓴다고 해서 커널을 이해하거나 관리자 명령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래도 리눅스를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해서 사용해봤다면 스스로 관리자가 되어야 하니 대개는 관리자 명령도 잘 구사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쓰려면 어떤 명령을 쓰는지 그게 배포판마다 어떻게 다른지도 다 잘 알게 된다. 모르면 답답하니까.

사실 말이 linux일 따름이지 여기엔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linux를 쓸 줄 안다는 것은 적어도 ethernet을 이용해서 remote login을 한다든가 파일을 이동시킨다든가 공유한다거나 X 리모트 접속을 한다거나 가상 머신을 띄우거나 또는 regex로 귀찮은 일들을 해결하거나 cron을 통해서 정해진 시간에 일을 시킨다거나 또는 타인들이 내 파일을 가져갈 수 있게 http server 같은 것을 열어놓는다거나 하는 등등의 일을 포함한다. 더구나 git 같은 것은 사실상의 표준 툴이 되었고 github은 사실상 모두의 저장소가 되었기 때문에 ‘git을 배워야 한다?’ 이것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들린다.

대개 못 나가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 대부분의 인간들이 여전히 윈도우즈에서 클릭질이나 하고 워드나 엑셀이나 겨우 쓰는 수준의 컴퓨터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대인의 컴퓨터 실력 갖고 있다면 엄청난 능력자처럼 여겨지게 되는 거다. 그렇지만, 적어도 전기전자 전공 학부/대학원을 나왔다면 열악한(?) 컴퓨터 환경에서 일했을 확률이 높아서 리눅스와 커멘드라인 환경에 엄청나게 익숙할 수 밖에 없다. 일이 많으면 GUI로 일을 하는 게 효율이 낮기 때문에 커맨드 라인으로 하거나 스크립팅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도 윈도우즈나 겨우 쓰는 이런 인간들은 윈도우즈에서 커맨드 창을 뛰워본 적도 없고 또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기에 알려주기도 뭐한 것들에 대해서 아무리 힌트를 주고 숟가락으로 반찬까지 떠줘도 찾아볼 줄도 모르고 찾아봐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못 잡아서 회사에 들어와서 머무는 기간 동안 짜증나게 한다.

뭐 뻔한 흐름이지만 호의로 몇 번 답답한 것들을 해결해주면 나중엔 당연한 듯이 자신의 일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마치 한국 회사에 들어가서 처음 일할 때 컴퓨터 못하는 걸 자랑으로 생각하는 부장이란 이들이 당당하게도 나에게 뭔가를 해내라고 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지금 나한테 회사 네트워크에서 이런 저런 파일을 이동시켜달라는 이들은 나한테 매년 성과를 평가받아야 하시는 분들이시다. 아무리 인내력과 보살력을 가지고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더구나 지금처럼 목숨 부지하기 어려운 시절에.

내가 생각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하는 호의의 수준은 대개 10번 정도다. 10번까지 카운트 하진 않지만 대개 10번이 넘어가면 경고를 한다. 3번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10번까지 버티는 이유는 대개 그 전엔 스스로 헤쳐나가는 법을 터득하고 스스로 미안한 줄 알기 때문에 그렇다. 적어도 내 자신을 잘 지키면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대가 쯤으로 생각한다.

이런 인간들은 대개 매우 이기적이고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 베푸는 호의가 당연하다고는 못해도 (근거는 없지만) 뭔가 해줄 수 있으니까 해준다고 생각하거나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착각을 한다거나 하는 것 같다. 적어도 감정을 읽는 지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최소한의 성의 표시 (선물을 해준다거나 하는)는 했었어도 수도 없이 했어야 한다. 이런 인간들에게 이 정도의 고차원 지능을 기대하지도 않고 그럴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역지사지 해보면 그렇다는 거다.

호의에 대한 보상은 “thanks”가 아니다. “thanks”는 어쩌다 한번 발생하는 호의에 대해서 ‘당장 내가 갚지 못 할 것 같으니’ 미안함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2번을 넘어가게 되면 돈과 같은 가치가 개입되어야 한다. 적어도 바보가 아닌 이상엔 상대방으로부터 3-4번 정도 호의가 지출되고 있다면 그걸 돈이라든가 내가 받은 호의에 상응하는 가치의 어떤 것으로 갚지 않으면 상대방이 언젠가는 이자를 붙여 받아낼 것이라는 것을 모를리가 없고, 그걸 모르면 사실 사회생활이 힘들다고 봐야 맞다.

요즘처럼 생존하기 힘든 테크월드에서 컴퓨터를 못하면 그것은 사실상의 사망선고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컴퓨터 작업을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옛날 부장님들 선에서 다 끝났다. 왜? 어제까지 쭈욱 못해왔던 컴퓨터 일을 갑자기 내일부터 잘 하게 될 확률은 없다. 맨 정신의 인간이면 애초에 잘했다. 그럴 리 없고 얼굴이 두꺼우니 도와달라고 한거다. 그런 인간은 오늘도 내일도 도움을 받아야 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도움을 받아야 뭔가를 할 수 있다. 지금은 어디가서 그랬다간 회사에서 집에 가라는 메일을 받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