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하비에 대한 글을 적어본다...

어렸을 적엔 취미로 전기전자공학을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것 같다. 그 이유를 적어보자면 전자전기회로를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해서 뭔가를 만든다는 것이 그냥 너무 좋아보인 것이다. 그때문에 나도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나는 일렉하비라는 것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그러나, 지금도 누군가 그런 걸 하고 있다면 그냥 마냥 부럽고 좋아보인다. 존경스럽다고 해야할까?

예전엔 일렉하비를 하려면 전기전자 관련된 지식이 많고 경험이 많아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공부를 하더라도 기본기가, 그러니까 남달리 어떤 소양이 있어야만 배우고 갖출 수 있는 기본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로도라는 게 워낙 암호화된 상형문자 조합처럼 느껴졌으니까. 또 어떤 것은 회로도가 아예 없고 기판의 형태로만 존재하기도 하고 하니까. 그러나 이것도 사람이 하는 거라 맘만 먹으면 쉽게 배울 수 있고 어렵지 않다. 아무 것도 모르는 눈에서 보면 몹시 어려워 보일 뿐이지.

다른 취미도 그렇겠지만, 어떤 취미를 좀 잘 하려면 거기에 뭔가 몰입이 되어있어야 된다. 그것을 거꾸로 말하면 나같이 멀티 태스킹이 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일반 일상(+생업)에는 별 달리 관심이 없고 오직 취미에 관한 생각만 하고 있어야 뭔가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집 청소를 해야 되고 몇 시에 누군가를 만나서 뭔가를 해야 되고 이번 달 26일이 누구 생일이니 미리 선물이나 이벤트를 챙겨야 한다 등등 이런 것들을 그냥 다 등한시 해야 뭐라도 결실이 나온단 말이다. 그게 아니면 굉징히 힘든 삶이 된다. 그러니까 취미는 취미대로 안되고 일상 생활을 일상 생활대로 안되서 욕을 먹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취미를 생업으로 알고 하든가 아니면 그냥 하는 둥 마는 둥 하든가 해야 되는 거다. 잘하든 못하든 둘 중에 하나를 해야지 인 것이지 둘 다 해야지 라든가 둘 다 잘! 해야지는 성립이 안된다.

사실 이게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해온 가장 큰 착각이자 어리석음이었다. 그러니까 나란 사람은 뭔가 해야겠다 마음먹은 일을 하자면 내가 평소하고 있던 것들을 한동안 중단할 각오로, 중단해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러려니 할 각오로 해야한다는 것을 몰랐다. 나를 과대평가 한 거다. 마치 내가 매우 빠른 컴퓨터라 처리해야 할 일들을 계속 늘려주어도 예전과 다름 없는 시간에 결과를 낼 거라고 생각한 거다.

그러니까 어떤 걸 하려고 맘 먹든, 내가 그것을 제대로 하려고 한다고 하면 다른 일은 놓겠다라는 생각을 해야 된다. 다른 것도 문제 없이 하면서 이것도 하겠다? 그러면 남는 것은 내 능력의 한계를 탓하면서 오는 자기 비하와 스트레스/우울감 뿐인 거다.

시간과 능력, 특히나 정신적인 에너지는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오늘 너무 일이 잘된다고 밤늦게까지 몰입하면 내일은 놀아야 된다. 오늘도 내일도 계속하려면 적당히 해야 된다. 그러면 진도가 안나간다고? 여러 개의 일을 한꺼번에 하려면 컴퓨터도 context switching을 하기 위해 오버헤드가 생긴다. 컴퓨터 처럼 빠르게 일을 처리하지도 못하는 네가 그 정도 희생은 각오해야 맞는 거다. 왜 네 자신을 컴퓨터라고 착각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