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다운 될 때: 현실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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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기분이 많이 다운되고 있다. 대개 이런 때는 나의 의지와 현실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다.
그러니까, 난 이렇게 하고 싶은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을 때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마음의 요동이 없겠지.
도무지 이런 경우는 왜 생기는가? 욕심이 과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만족이란 것을 모르기 때문인 거다.
하나를 얻으면 두 개를 갖고 싶고 두 개가 얻어지면 4개를 갖고 싶어진다. 아무 것도 없었을 때를 떠올리지 못한다.
비극적인 것은 내가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못 했을 때는 나에게 뭐가 부족한지 모르다가 하나를 갖게 되면 두 개를 갖을 수 있다거나 4개도 8개도 갖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더 많이 갖게 될 수록 좋을 거란 막연한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없었을 땐 신경쓸 게 없어서 편안했는데, 뭔가를 갖고나니 관리도 해야 되고 신경도 써줘야 된다. 많이 갖으면 갖을 수록 더 많이 신경이 쓰이는데,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왜 나는 그 사람처럼 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연결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쾌락이 있으면 그에 따르는 고통이 수반된다고 하는데, 소유에 관한 쾌락도 이와 같다고 해야할 것 같다. 아무 것도 없을 때도 잘 살았는데, 많이 갖고 나면 그 중 약간을 잃는 것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 어차피 죽으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 내주고 가야한다. 아니 애초에 내가 소유한 것도 없었는데 소유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 세상의 시스템은. 그렇게 해서 그 ‘소유’의 노예가 되도록 만든다. 정확히는 ‘소유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가져오는 쾌락’의 노예가 된다.
분명히 오늘은 아무 것도 가지지 못했던 어제에 비하면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당장 오늘만 보고 살자 하던 때를 생각하면 나는 상당히 먼 미래까지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기뻐하지 않는다. 더 많이 갖게 되면 더 먼 미래를 볼 수 있고 당장 필요하진 않지만 더 비싸고 더 좋다고 하는 것을 갖으려 하는 욕심 낸다. 가지려 한다기 보다는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는 그 능력 = (숫자에 불과한) 돈, 그것의 양을 늘리는 것에 집착한다.
당장 내가 알지 못하던 것도 당장에 깨우쳤으면 하고 내가 할 줄 모르던 것도 당장에 할 줄 알게 되고 없었던 능력이 생겨서 발휘했으면 하는 욕망을 갖는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왜 난 모르는 것인가?
어떤 것을 할 줄 안다, 할 수 있게 한다 는 것도 어차피 ‘상’에 불과하다. 내가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되게 하는 것에 작은 힘을 보태는 것일 뿐이다. 내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오로지 나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없다. 그래도 우연히 인연이 닿아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인 거다.
그냥 오늘을 충실히 살자. 현실을 직시 하자. 어제 없었던 능력이 갑자기 오늘 생길 리 없고 어제까지 가지고 있던 것이 갑자기 오늘 두 배로 불어나는 기적이 일어날 리 없다.
뭔가 일어난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니면 내가 착시를 일으켰거나. 세상의 장난질에 놀아났을 뿐인 거다.
난 그냥 나 인 것이고 내가 뭔가를 소유하고 있다고 착각했다고 해서 내가 내가 아닌 다른 게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 것도 실체가 없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거나 잠시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 곁에 둘 수 있는 것들 뿐인 것이다.
그냥 나는 저 들판에 풀한포기처럼 어쩌다 싹을 틔워 세상에 잠시 얼굴 내밀고 살다가 갈 무력한 존재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