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ler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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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er effect라는 것은 증폭소자에 있는 기생용량, 그러니까 증폭소자 단자간에 생기는 capacitance가 전압 증폭률이 올라갈 수록 큰 값이 되어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증폭소자가 증폭률을 많이 얻는 구성이 되면 실제로 증폭할 수 있는 신호의 대역대가 좁아진다, 다시 말해 증폭할 수 있는 신호의 대역 x 증폭률이 한정되어있다는 말도 된다.
진공관 앰프에서 miller effect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져보자면 일반적인 경우, 그러니까 miller effect에 영향을 주는 grid resistance와 intrinsic parasitic capacitance (이건 증폭 소자마다 고유한 값을 갖고 있다)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가청주파수 신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일부러 grid resistance를 큰 값 (수백 kohm)으로 설정하면 이것은 마치 low pass filter가 걸린 것처럼 대역이 제한되는 모양새를 갖게 된다.
그래서 grid stopper라고 해서 일부러 grid에 큰 저항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 대개 이유를 고주파 성분에 의한 발진, 외부 전지기파 간섭에 강하게 하기 위해서다 라고 이야기한다. 흔한 예가 프리앰프 초입에 67kohm 저항을 붙이는 경우가 되겠다. miller effect에 의해서 가청 주파수 신호 이상의 대역의 신호가 증폭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다. 기생 용량을 대략 3pF이라고 놓고, 증폭률을 대략 60정도로 계산하면 67k ohm을 붙이면 기타의 음역 수준으로 cut을 하게 된다.
어떤 경우는 증폭단 중간에 큰 grid 저항을 붙여서 high cut을 심하게 한 뒤에 찌그러뜨리는 경우가 있다. SLO100(5150, recto)과 같은 앰프들이 대표적인데 사실상 이 증폭단이 전반적인 사운드의 색깔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러 grid stopper를 달지 않아도 앞의 출력 임피던스가 꽤 크고 뒷단의 grid register가 왠만큼 붙어있고 증폭률이 크게 설계되어있다면 마찬가지로 low pass filtering의 효과가 가청주파수 대역에 나타난다.
앞단에서 harmonic이 많이 생겨났다고 하더라도 뒷단에서 적당히 grid 저항을 달아주면 쓸데없이 harmonic으로 인한 고음성분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주게 된다.
12ax7의 출력 임피던스는 일반적인 증폭단 구성 (이를테면 100k 정도의 plate resistance, 63.5k의 re를 고려하면)에서는 60kohm 이내가 될텐데 다음단에서 별 다른 grid resistance가 없고 증폭률이 70쯤 된다고 보면 일반적인 parasitic capacitance 2.3pF를 고려한다고 하면 cut-off frequency가 20kHz 정도에 생기게 된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증폭단 구성으로 다단으로 연결하더라도 찌그러짐에 의해서 가청 주파수 이후의 대역의 성분이 생겨나더라도 miller effect 덕택에 cut off이 되는 거다. grid resistance를 붙이게 되면 더 cut을 할 수 있고.
나는 뭐랄까 그 때문에 진공관이 오디오에 더 잘 어울리는 증폭소자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찌보면 오디오에 맞게 진공관의 설계를 하다보니 나온 결과가 지금의 이 모양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증폭률이 낮은 12AT7이나 AU7이 되면 대역폭이 더 늘어나게 되긴 하겠지만.
이것이 꽤나 좋은 것이 디지털로 모델링하더라도 증폭단의 수가 늘어나서 더 많이 찌그러지는 상황이 벌어져도 그만큼 늘어나게 될 aliasing의 가능성을 자동으로 줄여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지적할 부분은 과연 miller effect가 톤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느냐? 이건 아니다. 이미 말했다시피 grid stopper를 큰 값으로 붙여놓은 경우를 빼면 여간해서는 가청 주파수 신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모델링이 잘못 되었다면 왜 이렇게 톤이 탁하냐 하는 수준이지 이를테면 부각되어야 하는 특정 주파수 영역이 두드러지게 들리지 않는다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