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문제를 대하는 나의 태도...

내게 일어난 삶의 문제를 나와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다면 훨씬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왕이면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내가 아닌 누군가로 인식할 수 있다면 더 쉬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놓고 본다면, 나만이 겪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괴로운 문제도 사실은 별것 아닌 문제로 보이지 않을까.

나란 사람도 여러 조건을 대입해 보면, 결국은 유사한 조건을 지닌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기준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내가 겪는 삶의 문제도, 그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그 해답이나 이후의 흐름 또한 이미 수없이 반복되어 온 흔한 패턴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흘러가며, 결국 어떻게 풀려가는지 — 이미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겪어온 문제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문제’라기보다 단순한 과정일 뿐임을 알게 된다. 다만 어느 정도의 괴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마치 환절기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감기처럼 말이다.

감기를 쉽게 이겨내는 사람은 있어도, 감기에 평생 걸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유독 나만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누군가는 철마다 앓고, 누군가는 평생 몇 번밖에 겪지 않는다. 흔히 찾아오는 감기지만, 어떤 해에는 유난히 독할 수도 있다.

감기에 특별한 처방이 있을까? 악화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잘 먹고 잘 쉬면 결국 낫는다. 어떤 이는 이틀 만에 회복하고, 어떤 이는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누군가는 합병증으로 오래 고생하거나, 심지어 그로 인해 생을 마치기도 한다.

그래서 감기를 자주 앓는 이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어쩌다 크게 앓는 사람에게는 괴로운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면역 체계가 제 역할만 해준다면, 죽을 듯 앓다가도, 금세 회복되기도 하며, 결국은 시간 속에서 낫게 된다.

그리고 감기로 크게 앓고 나면, 별 탈 없이 흘러가던 하루하루의 소중함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앓는 동안 놓치고 있던 일상의 아름다움에 다시 눈을 뜨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다음 환절기에 감기에 걸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할 수 없다. 때가 되면 어떤 모습으로든 찾아오는 것이 삶의 문제일 테니.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치명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삶의 문제로 죽을 듯 괴롭더라도, 나를 그저 흔한 환절기 감기를 앓고 있는 누군가로 바라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잘 먹고 푹 쉬면 곧 좋아질 거야. 이번 감기는 좀 독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