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m spl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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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ic이 매번 업데이트 되면 대부분 bug fix 정도 있겠거니 별로 들여다보질 않았는데 작년 5월에 stem splitter라고 해서 악기별로 트랙을 분리해주는 기능을 추가했던 모양이다. 나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고.
사실 Lalal.ai를 통해서 필요할 때마다 같은 기능을 써본 적이 있긴 한데, logic에서 지원하는 것은 꽤나 성능이 좋고 편리해서 비교는 불가하다고 본다.
이 기능이 왜 좋냐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game changer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내 기준으로는 DAW가 이렇게 엄청난 기능을 갖는 게 너무 좋다. 사실 다른 DAW와 점점 더 비교가 안되게 좋아지고 있다고 해야할까. 다른 DAW도 아닌 Logic에 아주 오래전부터 정착을 해서 더 좋고.
사실 Cubase나 pro tools같은 DAW에 익숙해있다가 logic으로 옮겨올 때는 뭐 이렇게 음악을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만들 수가 있는가, 쉽게 말해 덜 프로(?)같게 느껴진다라는 느낌도 있고, 예전 window시절 Logic이 cubase보다 별로였던 걸 생각하면 apple로 가져와서 만들어지는 Logic이라고 별 수 있을까 했는데, 이건 해가 갈 수록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서 다른 어떤 DAW도 부럽지 않다고 해야할 것 같다.
Stem splitter로 돌아와서 보면, 예전에 명곡이라고 불렸던 곡들, 특히나 프로듀싱이 잘 되었다는 곡들을 분해해서 들으면 재미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개별적인 악기에 몰두하면 음질이나 연주를 크게 따지게 되는데 막상 엄청난 히트를 치고 멋지게 들리는 연주가 있는 곡도 split해보면 전부 다 믹싱되어있는 결과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멋진 느낌? 덜 완벽한 느낌을 받는달까?
그러니까 모두 믹스되어있는 완제품을 들으면 그 안에 있는 모든 악기들의 연주가 다 훌륭하게 들리는데 따로 떼어놓고 들으면 그 정도로 대단하겐 들리지 않는단 말이다. 이래서 믹싱의 기술이 대단한 것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뭐랄까 악기들의 구성, 그리고 뭔가 콕 찝어내기 어려운 어떤 디테일들이 각각의 파트가 가진 단점들을 보완하거나 가려줘서 전체적으로는 매우 훌륭하게 들리게 만들어준다는 걸 알게 된다.
갑자기 뻔한 결론으로 직행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팀이나 그룹을 이뤄서 연주하는 게 이렇게나 장점이 있다는 것과 믹스/프로듀스의 힘도 참 대단하단 것, 그리고 프로 독주자? 의 홀로 위대함 또한 느끼게 된달까? 또 팀을 이뤄서 뭔가를 연주했지만 홀로 위대한 파트 마저 망쳐버리는 경우도 흔하거니와, 홀로 위대한 파트 덕택에 팀 전체가 빛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인생은 볼불복인건가…
흔히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어느 팀에 들어가서 일하든 누군가는 팀플레이어처럼 일하고, 또 누군가는 아웃사이더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도저도 아닌, 특별한 색깔 없는 ‘팀원’으로 존재할 뿐이다.
팀이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느냐에 따라 팀플레이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면 관망/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던 아웃사이더가 상황을 정리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대다수의 ‘팀원’은 자기 역할이나 겨우겨우 해내거나,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다.
그래서 좋은 팀이란 게 꼭 스타플레이어들로만 이뤄져야할 필요도, 눈치만 보며 묻어가는 색 없는 팀원들만으로 이뤄질 이유도 없다고 본다. 결국은 적당한 역량을 가진,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의외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최소 한명 정도는 있어야 하겠지.
흥미로운 건, 팀에 여러 사람을 모아두기만 해도 굳이 누가 교통정리 하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자기 포지션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처음엔 팀플레이어 같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색을 잃고 평범한 팀원이 되기도 하고, 색깔없는 팀원 중 하나가 위기 상황에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는 역량 있는 사람들을 모아 팀을 구성했을 때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이래서 ‘제법무아’라 했던가. 사람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생존을 위해 자신을 조금씩 바꿔나간다. 그 과정에 번뇌도 있고 갈등도 있겠지만, 결국 고정된 실체는 없다는 것을 삶이 스스로 보여준다.
그러니 “왜 나는 지금 이 모양일까?” 하고 자책하기보단 “이런 상황에 놓인 나는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구나”라고 바라보는 편이, 훨씬 가볍고 자유롭지 않을까? 혹시 누가 알아? 진정 위기 상황이 벌어지면 모두를 구원하는 수퍼맨으로 변신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