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블로깅...

블로깅을 안 한다는 건 멘탈이 그래도 살만하다는 신호라고 스스로 여겨왔는데, 요새는 꼭 그렇지도 않은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멘탈은 그저 그런데 잉여력이 줄었다고 해야 할까. 주식시장이 과열됐다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됐다. 주식과는 거리가 먼 내가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근 7~8년을 눈팅으로 그래프와 가격 패턴을 봐왔는데, 요새 같은 장세를 보면 또 올 게 왔나 싶다. 수십 년간 주가만 봐온 사람들 눈엔 더 흔한 패턴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요샌 장이 워낙 좋다 보니 자칭 주식 전문가들이 유튜브 채널을 열고 반도체 기술을 떠들며 구독자를 늘려가는 것도 흔해졌다. 그 엄청난 분석력으로 돈을 꽤 번 자산가라면 구태여 채널 파서 장사하겠냐 싶지만. 나는 커리어 시작부터 명목상 반도체 회사는 아닌 곳을 다녔지만 해온 일은 줄곧 칩 설계였다. 지금은 흘러오다 보니 대놓고 반도체 설계를 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 오랜 시간을 업계에서 보낸 눈으로 보면, 세상의 관심과 돈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다. 한 길만 파온 직장생활이 내 인생 계획을 10년 이상 앞당겨줄 정도로. 돌이켜보면 제아무리 첨단 기술이니 뭐니 떠들어봐야 관심받지 못하던 시절엔, 업계 불황이라 타의에 의해 실직당할 뻔한 적이 사실 여러 번 있었다.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업계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 투자가 줄고, 그러다 보면 칩을 만들려는 의지도 사라지는 거다. 그나마 운이 좋으면 회사가 사람을 붙잡아두면서 의미 없는 일을 시키거나, 안 만들어도 될 칩을 만드는 시늉을 하며 피곤하게 굴었다. 그래도 실직자가 되는 것보단 심리적으로는 나았다. 한때는 중국 기술이 급성장해 업계 전체를 위협하면서 통째로 날아가 버릴 뻔했던 시절도 있었고. 그래도 이렇게저렇게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게 운이 좋은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고 업계에 돈이 풀리면서 회사에 새로운 얼굴이 많아지고 있다. 협업하라며 연결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전에는 보기 드문 부류의 사람들이 늘어난다. 솔직히 말하면 실력이 처참한 수준인 사람들, 또 이 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향과 인성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 이런저런 일로 피곤하게 한다. 고용이 늘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 때문에 피곤이 정점에 이를 즈음, 신기하게도 대거 정리가 된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이미 주식시장의 열기가 식은 뒤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워낙 빠르다 보니, 열기가 식는 걸 보면 머지않아 그렇게 고용됐던 사람들이 정리될 거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내 경험상 이런 분위기는 잘해야 1년이다. 팬데믹 때 막대한 돈이 풀렸다가 금리 인상으로 내리막을 갈 때도 딱 이 꼴이었다. 엄청나게 증원했다가 고스란히 도로 뱉어냈다. 리먼 사태 때는 너무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당시엔 지금처럼 시장의 반응이 빠르지 않아서인지 AI 같은 새로운 동력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려서인지, 회복에 훨씬 오래 걸렸다. 그때는 오히려 고용이 순간적으로 과다하게 늘거나 사람들이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은 덜했던 것 같다. 지금은 변혁기라기보다는 ‘잠시 미친 상태’에 가깝다고 본다. 내가 아는 한 80% 이상의 시간은 약간 우울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인데, 지금은 갑자기 조증에 걸린 사람마냥 날뛰는 상태랄까. 주가창도 썰렁하고 미래 전망도 그저 그래야 회사 분위기도 안정적인데, 속으로는 ‘내보내면 적당히 받고 나가서 쉬고 싶다’ 하면서 다녀야 하는데, 갑자기 사장이 장밋빛 공지 메일을 보내고 주가가 들썩이면 ‘아, 또 왔구나. 귀찮아지겠다’ 싶어진다. 회의가 늘고 위에서 치이는 일도 늘어난다. 돈이 생기니 없던 행사며 회식도 생겨나고. 흔히 거장이니 어른이니 하는 사람들이 “주가 분석이니 시황 따위 신경 쓰지 말고 꾸준히 사 모으면서 네 일이나 잘 해라”라고 해도, 전문가 행세를 하는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일확천금을 꿈꾸던 게 오래전의 나였다면, 지금은 왜 그 어른들이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일반 사람들이 큰 돈의 흐름을 미리 알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알 정도가 되면 대개 이미 끝물이라 재미를 보기 힘들다.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아도 겁이 나서 돈을 넣지 못한다. 대신 군중심리에 쉽게 휘말린다. 큰 돈이 움직이면 전문가라는 작자들이 그 이유를 그럴싸하게 만들어내려 한다. 잘 들여다보면 기자들의 기사 베껴쓰기와 다를 바 없다. 유명한 누군가가 돈의 흐름을 해석한 걸 이놈저놈이 가져다 우려먹는 것일 뿐이다. 좋아 보이면 긍정적으로 편향되고, 그 반대면 부정적으로 편향된다. 그들은 자산을 운용한 주체가 아니니 정확한 이유를 알 리 없다. 더구나 큰 돈이 움직이면 알고리즘 매매에 따라 수많은 이들이 따라 사들이기 때문에 주가가 꽤나 뛰게 된다. 요즘 한국에서 새로 출시된 펀드를 들여다보면 내가 다니는 회사 주식을 높은 비율로 담고 있는 경우를 왕왕 본다. 소위 전문가라는 작자가 이 회사에 오래 다녀본 사람처럼 잘도 떠들어댄다. 솔직히 소가 웃을 일이지만, 주가 오르는 데 도움을 주니 딱히 비웃고 싶은 생각은 없다. 최근에 그렇게나 주가가 급등했던 게 이래서구나 싶고, 어르신들이 펀드 권유를 받았다가 돈을 날리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구나 싶어진다. 어떤 섹터가 잘 나간다고 ETF가 새로 만들어질 즈음엔, 장기 보유자 입장에서 보면 이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오른 뒤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큰 손들, 큰 은행이나 기관이 ETF를 만들어 대량의 자본을 밀어넣어 올려놓은 다음, 일반 사람들이 뒤늦게 알고 그 귀한 돈을 넣게 되는 구조랄까. 한동안 잘 나가면 다행이지만 변동성이 심한 주식들이 많다 보니, 운이 좋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되는 거지. 세상에서 한두 번 일어나는 일도 아닌데, 그렇게나 계속 반복되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