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밤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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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어떤 밴드 공연에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더니, 모처럼 Redwood City에서 밤나들이를 하게 됐다.
이곳에서 15년 넘게 살고 있지만 Redwood City 다운타운은 딱 세 번 왔던 것 같다. 매번 같은 이유로 — 동네 클럽에 뮤지션이 올 때 어쩌다 구경 간 정도. Fox Theater가 이 지역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인 듯한데, 한밤에도 꽤 북적여서 놀랐고, 생각보다 험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예전 같으면 그 밴드에 대단히 관심이 있거나 음악을 좋아해야 공연을 보러 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준을 고집하다 보면 결국 내가 진심으로 인정하는 뮤지션의 공연이나 겨우 보게 되고, 그러니 내 인생이 깝깝했구나 싶다.
밴드가 연주를 잘하든 못하든, 무슨 악기를 쓰든, 내가 좋아하는 성향이든 아니든 간에 경험해보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live 음악에 빠져든다는게 studio 앨범만 줄창 들어온 사람한테 별로 쉽지 않다.
그저 주말 저녁에 집에서 뭉개느니, OTT를 구독했으니 뭘 보긴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볼지 몰라 내내 뒤적이며 시간을 죽이느니, 동네 경제에 살짝 이바지하면서 사람 구경하고 분위기에 취해보는 건 괜찮은 것 같다.
예습 겸 그들의 음반을 듣고 갔는데, Dream Theater 2집의 성향이 꽤 강했다. 막상 공연에서는 소리가 전무 뭉개져서 (앉은 자리가 좋지 못한 모양이다) 그런 느낌을 거의 받지 못해서 신기했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시 들어보니 처음의 느낌과 같았다. 아직 자신들의 성향이 두드러지기의 직전 상태랄까. 그런 걸 보면 스튜디오 녹음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건지 새삼 신기하기도 했다. 라이브와 녹음이 이토록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공연장으로 쓰기엔 좁은 공간이었는데, 이런 곳에서는 사운드를 실제로 다루는 엔지니어 근처에 자리 잡는 게 최선인 것 같다.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는 소리의 배합이 이상해서 뭘 듣고 있는 건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관객을 보자면, 예전보다 수가 줄었고 세대 교체도 없이 그때 그 사람들이 그대로 더 늙어있는 모습이었다. 어딜 가나 비슷한 현상인 것 같다. 2~3류 록 밴드 공연에 20~30대가 찾아오는 건 보기 힘든 일이다. 서구인이 동양인보다 외모 나이가 10~20년쯤 더 들어 보인다는 점을 감안해도, 40대에서 60대로 보였다.
겉으로 보면 Progressive나 Djent 계열 밴드에 관심 있을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나처럼 재미 삼아 온 경우부터 골수 팬인 경우까지, 나름 다양했다.
그 사람들이 고작해야 콜라 한 잔 홀짝이며 두 시간 공연을 보고, 굿즈 좀 사고, 사진 찍고 사인 받아 가는 정도니 사업으로 보면 남는 게 많을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여태 문 닫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밤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는구나 싶어서, 나는 그동안 뭘 하느라 그렇게 늘상 집에 꿀꿀하게 박혀 있었나 싶기도 했다. 놀랍게도 혼자 와서 공연 보고 조용히 돌아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나를 초대한 지인이 그의 친구들 몇몇을 더 불렀는데 처음보는 사람들이라 별로 할 말도 없고 그냥 멀뚱 멀뚱 눈만 깜박이고 있었달까. 생각해보니 7-8년전에도 그랬구나 싶다. 뭐 나름 다들 배경이 훌륭하신 분들이란 얘길 듣고 왔지만 할 말이 없는데 뭘 억지로 할 것도 없는데다 나름 공연장이라 몹시 시끄러워서 그쪽에서 몇마디 던지면 그냥 공감의 표시 정도 한 게 전부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의 삶이 늘 그랬구나 싶다. 친한 소수의 사람들을 빼면 거의 말을 안하는 게 내 스타일이랄까. 그나마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삶이 불편해지는 특정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 억지로 개발되었던 대인관계 능력이 미국 이민 오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달까. 관성이란 게 무시할 수 없어서 최근 몇년 전까지도 그런 내 대인관계 성향 때문에 가깝지 않은 사람들을 대해야 할 때마다 늘 생각만큼 잘 하지 못해서 답답했었는데, 최근 들어서야 완전히 내려놓고 그냥 날 받아들이기로 했다.
할 말이 없으면 없는 대로 뭔가 공감이 안되면 안되는 대로 그냥 그렇게 살기로 했다. 이렇게 내려놓게 되니까 누굴 대하든 점점 더 마음이 편해지고 내 자신에게 정직해질 수 있어 편해진다. 왜 안되는 걸 하려고 그렇게 힘들게 살았나 싶고. 이것이야 말로 내가 진정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 나이가 되어 할 생각이라기엔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