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문제는 너무 간단하다...

타인들이 들고 있는 문제들은 너무 간단해 보인다. 저런 걸 고민이라고 들고 있나 싶을 정도로.

왜? 나는 타인의 문제를 내 전두엽에서 생각하고 있으니까. 타인의 문제로 나의 편도체가 활성화되지 않으니까.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학교 다닐 때 어쩌다 내게 도와달라고 가져오는 문제들을 나는 꽤나 쉽게 풀어주었는데, 그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나는 비슷한 문제들을 수도 없이 풀어봐서 익숙했던 거다. 어쩌면 그 타인이 느꼈을 절박함(‘나는 수학을 잘 못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나를 시험해볼 재미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풀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 역시 ‘불안’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라, 뭔가 계획대로 풀리지 않으면 다른 누구보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사람인데, 단지 그 순간엔 그러지 않았던 거지.

많은 이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일을 포함해서, 평소 부담스럽게 느끼는 문제들은 흔히 다른 이들 앞에서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큰 의미가 부여된다. 이상하게 실행할 수도 없는 큰 목표를 스스로에게 부과하려고 한다. 아니, 애초에 목표 자체가 터무니없기에 그것을 달성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도 알기 때문에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다 그런 거다. 타인들의 문제는 쉽다. 그러나 내 문제가 되면 마치 난이도가 나에게만 특화된 것처럼 어렵게 느껴진다. 점점 더 나의 감정과 편도체가 개입하게 되니까. 세상에 이만큼이나 어려운 문제가 또 없는 거다.

사실 그래서 좋은 면도 있다. 별것도 아닌 내가 타인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셈이니까. 어쩌다 한 번 우쭐해볼 경험도 생기고 하는 거니까.

대낮에 이것저것 하다 보면 문득문득 자신만의 엄청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기억이 떠오른다. 특히나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기억이.

죽음이란 문제는 살아 있는 이들 모두의 문제지만, 당장 내가 아닌 타인이 직면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보면 너무나도 간단하다.

인간의 수명은 내가 통제할 수 없고,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것.

이 세상을 떠나면 생에서 겪었던 괴로움과 불안이 전부 다 사라지게 되는 건데, 왜 불안해하냐고 말해주고 싶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적어도 지금 이 세상에서 누리고 있는 것이 좋다는 뜻이니, 한순간 한순간을 더 감사히 살아야 하지 불안할 새가 없는 것 아니냐고. 죽음이 괴롭고 슬프고 부정적이고 허무하다는 라벨은 다 살아 있는 이들이 붙여놓은 것일 뿐, 그 감정에 휘말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살아 있으면 살아 있는 대로, 죽게 되면 죽게 되는 대로 그냥 겪어 내면 된다고. 아니, 겪어 낼 수밖에 없다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라고.

어느 시점부터 사람들에게 삶이란 마치 외줄타기와 같아서, 살짝만 발을 잘못 디디면 저 아래 깊숙한 죽음의 골짜기로 떨어져 모든 게 끝이 난다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도리어 그 외줄타기를 잘만 하면 영원히 살아갈 수도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그 불안이란 것은 자아의 과잉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현대 과학이 마치 우리가 미리 대비만 잘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을 피할 수 있고, 대처 방법에 따라 최악의 상황도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니, 죽음마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 착각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거다. 그러니까 혹여라도 실수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이 문제에 대한 시각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럴 만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대신, 자신의 죽음은 자신이 주의하는 만큼 충분히 뒤로 미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태어나서 처음 주사를 맞게 되는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어리석어 보인다. 자신이 울고불고 떼쓰는 만큼 주사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거다.

언젠가는 죽음을 맞게 될 우리 모두는 그것을 두려워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두려워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삶의 변화 또한 마찬가지다.

얼떨결에 정신 차리고 보니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나를 알아챘듯, 또 그렇게 살아가다 정신 차려 보면 어느덧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죽음 또한 그 변화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