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걷기 루틴...

요새들어 체중이 많이 올라가서 일부러 활동량을 늘려보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식사량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때마참 맘에드는 산책코스를 발견했다. 저녁 7시반쯤 나가서 1시간 정도 걷다보면 마주치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서 머릿속을 쉬기에 딱 좋은 분위기가 된다.

한참을 걷다보면 휴식을 위해 어딘가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정신 수양을 해야겠다 하는 필요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기분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직은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 감량이 거의 안되고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구나 한다.

내가 감량을 목표로 하면 탄수화물의 양을 크게 줄이고 식사 빈도와 식사량 자체를 조절하는데 이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게 회식이라든가 누군가와의 식사 약속 이라고 본다.

지금은 술을 먹지 않지만 과거엔 술 약속도 감량에 큰 방해가 되었다. 먹는 것 못지 않게 술을 마시는 것은 고정된 루틴을 실행하는 데 큰 장애가 되니까.

더구나 회식은 평소에도 잘 안먹던 비싼 음식을 많이 시켜서 먹으려는 의도가 있어서

감량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난감할 뿐이다.

증량을 하고 싶은 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찬스이겠지만, 감량을 하는 이들은 먹는 게 좋고 살이 잘 오르는 체질이다보니 이런 상황이 괴롭다.

그 때문에 사회관계가 많지 않고 스스로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 나는 차라리 내 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칼로리가 높지 않은 재료로 만들고 양도 마음대로 조절해서 먹을 수 있으니까. 이래 저래 엮이는 인간관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없고

그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하지 않아도 되니까.

사실 음식을 만드려고 보면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가고 가공이 많이 된 재료를 쓰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쉽다.

그러니까 생재료를 더 많이 쓰고 맛없게 만들기가 더 어렵다. 사실 될 수 있는 대로 맛없게 만들어야 감량의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다.

이렇게 애를 써서 먹는 것을 준비해가며 해도 감량이란 게 잘 되진 않는데,

맛집이다 해서 찾아다니면서 신나게 먹고 그것도 모잘라 어딘가에 있는 또 다른 맛난 것들을 더 못 먹어서 안타깝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엇보다도 부럽다는 생각부터 든다.

내겐 피해야할 대상을 그들은 열정에 가득한 나머지 가깝게 하지 못해서 아우성이니까 말이다.

적어도 그 정도되면 체중 조절이 자동으로 잘 되거나 쉽게 통제가 잘 되기 때문이라거나 체중조절 따위 신경 안쓰고 사는 용자들일테니까.

뭔가 맛난 것을 많이 먹을 수 있다면 내 몸은 어찌되든 상관없다라는 생각으로 사는 이들도 있긴 하겠지만, 내가 보는 그 미식가들은 원하는 대로 먹고 살아도 불안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입장에선 그들은 열정도 있고 불안도 낮고 몸관리도 잘 되는 운 좋은 이들이니까.

다시 말하면 나는 늘 나의 모든 면이 불안하기 때문에 뭐든 통제하고 절제해야만 하고 기준선에서 벗어나고 있는 게 느껴질 때마다 어떻게든 채워넣거나 인위적으로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거다.

지금까진 대부분의 요소가 내가 생각하는 기준점에 크게 벗어나지 않게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지만 그 중 일부는 더 이상 내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나 둘 씩 놓아주다가 인생을 마무리하게 될 거라 보고 있기도 하고.

지금 나의 체중은 내 생애 최대치에 거의 근접해있다. 내가 이 최대치에 처음 도달 했을 때가 30대 초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은 양을 먹고 있음에도. 활동량은 훨씬 더 많고 안좋은 것도 훨씬 덜 먹고 살고 있지만.

기억을 떠올려보면 당시엔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직장에서 자리도 잘 잡혔고, 어설프기 그지 없었던 나의 인생이 계획대로 차근 차근 실행되던 때라 삶의 불안 정도가 굉장히 낮아져서 열심히 잘 먹었던 것 같다.

지금은 되려 불안이 지나쳐 과하게 나를 통제하려다가 어딘가 몸이 아프게 되거나 하면 그때가 되서야 과함을 깨닫고 스스로를 잠시 풀어주게 될 때마다 체중증가가 일어난다.

그러면 또 다시 불안해져서 통제를 재개해서 감량하고 하는 식의 반복이 일어나고 있는데, 예전같으면 한 두 달만 절식해도 쉽게 되던 감량이 지금은 정말 느리게 일어난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걸 막아보려고 평일이든 주말이든 밖에 나가서 움직이는 걸 게을리 안하려고 애를 쓰는데도 말이지.

욕심을 채우려고 몸을 과하게 쓰면 그 대가를 치루게 되니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젠 뭐든 느리더라도 꾸준히 가는 방법 밖엔 없는 거다.

이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도, 예전 같으면 창피해서 시도하지 않았을 것도 이젠 도움이 된다면 가리지 않게 되는 거다.

감량을 하든 원하는 것을 배우든 스스로를 단련하든 꾸준히 재미/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성과를 보기 어려운 단계에 이른 거다.

운좋은 이들 (먹어도 안찌는 이들, 타고난 재능이 과한 이들)을 나더러 ‘왜 이리 인생 힘들게 살아’ 하지만.

내 눈엔 애쓰지 않고 사는 이들이야 말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착착 이루어지는 삶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만족이 욕구를 초과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