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실체인가...

요새처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다가 이렇게 몇 글자 적어보잔 심산으로 뒤쳐나오거나 하는 거다.

누군가가 불러주면 그걸 핑계로 도망칠 수도 있을텐데 그래주는 사람은 없다.

언뜻 보면 난이도도 높질 않고 그렇다고 재미있는 거리도 아닌데 왜 이렇게 지옥처럼 되어버렸는지.

따지고 보면 모두 모호함에서 출발한다. 모호함이 쌓이고 쌓여서 거대한 불안 덩어리가 되어있는 거다.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내가 만들고 설계한 것은 아니지만 그 설계안대로 결과를 내라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거다.

생각해보니 여태까지 내가 빈말 없이 일을 해온 이유는 내가 설계한 걸 가지고 내가 책임지는 구조였기 때문일까.

재미없는 이유도 마찬가지고 왜 하고 있는지 모를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하란 대로 했는데 내내 모호하기만 하고

나도 이일 저일 거들고 있느라 내 에너지의 대부분이 다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가 진짜 도움이 되는지 나도 알 수 없는 지경이라 그렇다.

그럴 수록 이건 더 악순환이 되어 더 많은 에너지를 빼앗겨도 성취감이나 성장한다는 기분은 없고 알 수 없는 열패감만 느끼게 되는 거다.

손을 놓고 어딘가로 도망가버리고 싶다. 그러나 맡고 있는 것들이 좋게 흘러가거나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어서 마음이 편할 순간이 없다.

자발적으로 기여를 하는 것이 회사 생활이지만 괜한 기여를 해서 이도 저도 못하게 된 상황이란 느낌이 크다.

뭘하든 파면 팔 수록 기가막힌 상황만을 보게 되는 거다.

하루에도 수없이 되묻는다.

‘이거 나한테만 이렇게 가혹한건가?’

‘이거 나만 방향을 잘못 잡고 있어서 이 악순환인가?’

난이도가 아예 높아서 나 혼자만 건드릴 수 있는 그런거라면 또 모르겠지만. 평이하면서도 모호하기 이를데 없는..

오늘도 도망치고 싶어서 잠시 나왔다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