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

세상 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실망한 것만 생각하면 살 맛 안나는 일이긴 한데, 평소에 잘 생각해두었다가 받은 만큼 갚는 것도 나름 좋은 삶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뭐랄까 나란 사람은 그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은 인간 취급을 받았음에도 신의로 되갚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에는 내가 타인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고려가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진다.

얼마전에 누군가와 이야기하다 이런 말이 나왔다.

내가 3년전쯤 차를 바꿨는데 그리고 그걸 아는 사람이 몇 안되는데 (일부러 알리려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 알게 됨) 축하한다는 말보단 그 전에 타던 차를 어떻게 처분했냐며 안했다면 자신에게 싸게 팔아라 하던 사람들만 있었다고 하니 뭐랄까 좀 안됐다라는 분위기였던 기억이 난다.

다른 물건은 몰라도 차 같은 걸 지인에게 주는 것이나 파는 것이나 나에겐 둘 다 불편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꺼려진다고 하였지만 글쎄 나에게 그다지 베푼 것이라곤 없는 사람들이 뭔가를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나마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한 사람들 둘인데, 결국엔 그 사람들의 바램대로 해주지 않는 것이 계기가 되어 멀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10년 넘게 나와 같이 했던 그 차가 나와 멀어지기 전까지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해냈구나 싶다. 그 차를 계기로 나란 사람들이 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취급받는지, 그들이 주변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새로 집을 사서 이사한게 5년 정도 지난 일인데, 사실 이 때에도 내 집에 처음 방문하면서 휴지 나부랭이라도 들고 오는 이가 없었다. 이에 반해 어떤 이는 내 집에 비어있는 창고공간에 자기 집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안되냐 했던 이도 있고 어떤 이는 한국에서 연락도 제대로 안하고 재워달라고 찾아와서는 연락없이 아무 때나 들어왔다 나갔다 하고 집안 구석 구석을 열어보는 등 해서 나를 대단히 난감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들도 그 일을 계기로 영영 멀어졌다.

세상에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가진 것을 가용할 수 있는 내 자원으로 자동 편입시키는 이들이 제법 있는 듯 하다. 아니 내가 경험한 바로 그런 사람의 수가 굉장히 많다 못해 100%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때가 있다.

나처럼 친분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할 사람들이 고작해야 예전 학교 다닐 때 같은 과 동기/선배 정도에 불과한 사람도 말이다.

애초에 나란 사람은 타인에게 부탁이란 걸 할 줄 모르고 타인의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기 불편해하는 타입이라 상대방이 나에게 부탁해야 하는 기류가 형성된다 싶으면 이젠 그냥 도망쳐버리는 편이 낫다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 정도 친분이 두터워지기까진 본색을 잘 드러내지 않으니 꼭 나중에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다.

가끔씩 내가 내 주변을 돌아다보면 남아있는 인간관계랄 게 거의 없는 것을 보면서 나란 사람과 내가 알고 지낸 사람들 둘 중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혼자라서 그게 그런 빌미를 주었을 수도 있다. 적어도 배우자가 내가 만만하게 호의를 베푸는 상황을 가만두고 보지 않을테니 애초에 시도부터 하지 않았을 거다. 좀 황당한 것은 나에게 뭔가 바랬던 이들이 전부 배우자가 있는 이들도 아니었단 거다.

인간관계도 따지고 보면 나 좋으려고 하는 거다. 그동안의 친분이 있으니 ‘이 정도 쯤이야’하려면 상대적으로 그동안 내가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를 자원획득의 기회로 아는 이들이 애초부터 나에게 잘 했을 리가 없다.

‘꼭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은 사람들을 ‘사람이 아쉬워서’ 알고 지내야 할 이유는 없겠지. 예전엔 그걸 일종의 ‘친분 유지비용’쯤 생각했지만 이젠 좀 견뎌내기 힘들다. 그래서 그렇게 혼자가 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