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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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늘 나오던 6시 초반이 아닌 7시 10분이 지나서 나왔는데 덕택에 출근은 1시간 넘게 걸린 듯 하다. 20분 걸리는 곳인데 30-40분만 지나도 한시간 거리가 되어버리는 거다.
한시간 넘게 차 안에 앉아있다 왔는데 뭘 하다 왔는지 별 다른 기억이 없다. 이렇게 살면서 별 다른 사고 없이 살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루 이틀 살아온 것도 아니고 나뿐 아니라 다들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한국에 살면서 회사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때라든가 운좋게 살던 집 가까운 회사를 다니던 시절엔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그렇게 멍때리든 뭔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든 별 다른 기억없이 출근 시간은 채워졌으니.
막상 일을 한다고 앉아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도 뭔가는 해놓았지만 뭘했는지는 기억에 없는 상태로 집에 돌아오는 것도 다반사이지 않은가?
오늘 아침 차 안에 앉아서는 내가 나 스스로의 이력에 대해 물어보며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가 잠시 문답을 했던 것 같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유명인으로 비춰지는 이들은 다들 자신 인생에 큰 전환점이라든가 동기, 신념 따위 이야기하던데, 이미 다 지나간 과거를 놓고 이야기하려니 기억도 없고 더러는 내가 왜 그랬는지도 모르는 결정의 순간들이 꽤 되는 구나 했다.
돌이켜 보면 삶의 매 순간 역할극을 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상황에 있다. 다만 그 역할이 많이 줄어서 한 두가지 역할만 해내면 되는데 지금은 그나마도 진절머리가 나서 내가 봐도 많이 성의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구나 싶고.
한동안은 ‘내가 왜?’ 하는 질문 속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귀찮다.
살면서 온종일 일에 매달려서 내 삶이란 게 없고 매사 진절머리나고 아침에 일어나면 불안해지고 하던 시절이 있던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또 그러다보면 또 너무 널널해져서 이래도 되나 하던 때도 지나가게 되고 그랬으니까. 아무리 ‘막 산다’하던 시절에도 별 다른 문제 일으키지 않고 그럭저럭 살았다. 또 이렇게 살아지겠지 싶은데 막상 그 한가운데 있으면 답답한 지경의 끝이 보이질 않고 그 안에서 그냥 폭싹 가라앉아버릴 것 같은 생각만 드는 것도 신기한 노릇이다. 그러다가 또 좋아지나 싶나 하다보면 다시 또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식으로.
그렇게 따져보면 즐겁고 별 것 아닌 것처럼 지나보낼 수 있는 순간도 내가 나 스스로 삶을 고난의 연속으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 왜 횟수를 거듭하며 겪고 있는 흐름에서 난 늘 이모양 이꼴이 되고 있는 것인가 하게 되는 거다.
예전에도 보면 재능을 타고난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이 힘겹게 해내는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걸 본다. 이렇게 매번 힘들게 고개를 넘어가듯 한 삶을 반복하는 나는 이 삶을 견뎌낼 재능이란 게 많이 모자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과연 같은 삶을 두 번 세 번 살 수 있다 한들 그 결과가 달라질까 하는 거다. 이것이 ‘윤회’라는 것 아닐까? 아무리 이게 아니다 깨닫고 맘 고쳐먹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수백 수천번 하더라도 같은 모습을 반복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