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er GE200: 반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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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가 여태 물건을 사고나서 반품한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물건은 그랬다. 반품 사유를 적으라는데 “just don’t like it”밖엔 쓸게 없었고.

정말 그런 물건이다. 집에 배달 되고 나서 딱 한번 켜보고 다시 그 다음날 이것 저것 만지며 1시간을 보낸 게 끝이다. 적어도 예전같으면 어떤 기대같은 걸 걸고 끝까지 좋은 점을 찾아내려 애썼을텐데 이렇게 초전박살 나보긴 처음이다. 그만큼 이 물건이 형편없다라는 뜻 보단 내가 가진 다른 무엇과 비교해서 좋은 점이 하나도 없었어서 그랬다가 맞다. 아니다, 앰프 모델이 먹먹하고 실물과 너무 다르고 스테레오 공간계 이펙트가 하나도 없는데다 익스프레션 패달로 와우나 whammy를 대체하지도 못하고 겉모양은 쓸만한 데 실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갑 열기전에 ‘아 고놈 쓸만하겠는데?’하고 유인하는 것 까진 좋았는데 그 다음이 없는 거다.

내가 너무 DAW에 있는 플러긴 수준의 품질을 요구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못할 것도 없다. DAW에 있는 플러긴이라고 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알고리즘을 쓰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초고가 장비에나 쓰이는 알고리즘이 적용된 것도 아니고 수많은 파라미터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외장형 이펙트를 쓰는 것은 좋은 이펙터들을 잘 모아놓은 프리셋을 저장해 놓고 금방 금방 불러 쓸 수 있기 때문인건데,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알고리즘이 너무 단순한 것인지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딱 거기 까지였는지 많이 아쉬웠다.

정리해보면, 반품 이유는 다음과 같이 내가 어떻게 개선해 볼 여지가 없는 요소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대략 250불이면 구할 수 있지만, 어차피 구입해서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그 가치는 0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다른 이펙트를 구입해서 즐길 수 있을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니까 그것까지 감안하면 가치는 -로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