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조직생활

오늘 누군가에게 메일을 받았는데 메일의 내용인 즉, 조직안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고 어떤 이들이 패잔병으로 어느 조직 안으로 흡수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냥 먼 곳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누가 패잔병이고 누가 승전병이란 건가? 같은 회사라는 조직안에서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예 그 조직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의 입장이라면 회사에서는 그런 일 하고 있는 거야? 하는 생각을 할 거라 본다.

바쁘지 않은 조직들은 내내 그렇게 뭔가 권력 투쟁을 한다. 인간인 이상 권력 투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는데, 글쎄 여태 살아와도 권력의 맛을 볼 위치에 못 가봐서 그런 것인지 그걸 얻기 위해 내 정신 에너지를 써가며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도 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같이 예외인 사람들은 많을 것 같은데, 진작에 포기하고 땅바닥에 엎드려버린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몸 안에 그런 야수와 같은 본능을 애초부터 억압하며 살았어서 마치 ‘politically castrated’ 된 사람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아주 옛날에도 그런 일이 있었을까 싶다.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지으려고 노예들을 데려다 부리던 시절엔 충분히 그럴 수 있었지 싶다. 무거운 돌을 나르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을테니까 돌을 나르는 입장에 되었어도 어떻게 해서든 돌을 나르지 않는 위치가 되고 싶었겠지. 그렇지만 자급을 위해서 황무지를 개간하고 그 위에 살집을 짓겠다고 했다면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분업을 하지 않았을까? 목수의 기술이 상대적으로 귀하니 더 높은 위치가 되고 돌을 나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으니 낮은 위치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목수들과 돌을 나르는 사람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집을 짓기 어려워진다는 입장에선 서로 대등한 입장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냥 옆집에 철수 아버지는 돌을 나르는 일을 하고 뒷집의 영수 아버지는 목수이고 그냥 그렇게 평화롭게 잘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닐까? 힘든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그날 일을 이야기 하며 음식을 나눠 먹고 아이들 재롱을 보며 웃으며 지낼 수 있고, 철수 아버지가 아프면 그 집안 일들 같이 거들어주고, 힘들고 아픈 일 나누고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꼭 나는 내 주위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우월한 종, 내가 그들 가운데 가장 잘난 이가 되어야 속이 시원한가? 잘났다는 게 도무지 무슨 기준인건가? 남들 다 늙어 죽을 때 혼자 동안을 유지하며 20대의 체력으로 불로장생하는 능력이라도 타고 났단 말인가? 영수는 학교에서 1등을 하고 영수 아버지 연봉이 얼마이고 그 집이 얼마인데 물려받을 재산이 얼마인데, 난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니 내 인생은 왜 이 모양 이꼴하며 속 끓이고 우울감에 쩔어 누워있어야 하는 건가?

고작 한심한 잣대를 가지고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올려다 아니면 낮춰 보고 갖은 이들일 수록 더 갖으려 담합하고 나와 다른 이들을 따돌리고 하는 것을 보면 이 본성을 잘 이해하면 할 수록 권력 싸움에 유리하다 하겠지 싶다.

시즌 7에서 목이 따이는 죽음을 맞이했던 little finger를 떠올리면 사람들을 이간질해서 자신이 얻은 금전적/정치적 이득보단 자신의 얕은 꾀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인간들을 보는 재미가 더 컸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