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anez RGA42FM

나와는 좀 거리가 멀었던 PRS Standard SE 24를 시골동네에 어떤 분에게 가볍게 넘겨드리고 연말에 세일할 때 쿠폰까지 붙여 싸게 샀다. 1-2시간 써 봤는데 무겁고 연주도 불편하고 사실 PRS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것 말곤 어느 것에서든 이점을 찾을 수 없었던 그 기타와 달리 아주 가볍고 넥도 튼튼하고 튜닝도 잘 나가지 않고 정말 ‘막쓰기’ 편한 기타다 싶다.

막상 지르고 나니 thru-neck에 디마지오 험버커 두 개가 떠억 박힌 RGAT62가 괜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미 늦은 거라 어찌할 수 없으니 그러려니 넘기고.

무엇보다 이 기타는 정말 매우 가볍다. 마호가니 바디라는데 마호가니도 워낙 다양하니까 의미 없다고 보고 바디가 새틴 피니쉬 (satin? matt?)라는 게 우선 맘에 들었고, 탑이라고 필름보다도 얇은 탑이 올라간 듯한데 그것도 사실 별 의미없고 그 목적이 3 혹은 4 piece 바디 목재를 연결한 게 정면에서 티가 나게 만들면 안되니까 그리했겠지 하는 것이다. 기타를 막 굴리는 입장에서 body가 one piece일 필요도 없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문제 (tuning!)만 일으키지 않으면 사실 기타는 자기 역할 다 하는 거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서스테인은 내 기대보다 훌륭하다. Fret job도 잘 해놓은 듯 하다. 이 가격에서 J custom 급의 fret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서도. J custom의 프렛도 아주아주 silky하고 smooth 하진 않다. 끝 마무리만 잘 되어있을 뿐이지. 액션이 매우 낮게 세팅 되어있어서 플레이가 너무 편하고 속주가 거저되는 지경이다. 실수도 거의 안나고 말이다. 요새 이렇게 기타를 잘 만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싸고 좋다.

Ibanez Quantum pickup이라고 붙어있다는데, 예전보다 점점 픽업에 대한 쓸데없는 생각은 덜 갖게 되고 있어서인지 나름 개성있는 픽업이란 생각이 든다. 싸게 만들었을테니 아마도 세라믹 자석을 붙인 듯 출력이 매우 세다. 고저음의 비율은 세심히 들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반응이 안좋았던 예전 저음이 강한 픽업들 (INF?)보단 상대적으로 덜하지 싶은 느낌은 든다. 어차피 요즘의 앰프 세팅은 입력단에서 저음을 깎고 들어가는 추세라 만일 저음 배합이 높았다 하더라도 별 의미는 없다.

라이브를 뛰는 사람이면 픽업과 앰프 사이에 조건, 즉 픽업의 출력, 픽업의 주파수 특성 같은 것에 민감할 수 있는데, 방구석에서 PC에 연결해서 기타를 치는 사람에겐 이런 게 별 의미가 없다. 픽업 출력이 작으면 앰프 시뮬에서 부스트해서 넣어주면 되고 저음이 너무 과하다 싶으면 EQ 달아서 깎아주면 되고 하니까 말이다. 막상 라이브를 뛰면 연주자보단 관객 위주로 가게 되는데, 공연장에서 그런 게 제대로 세팅될리가 없다. 내가 봤을 때 차라리 AxeFx 같은 거 들고가서 PA와 물려서 뽑는 게 듣는 사람 입장에선 차라리 낫단 생각이다. 연주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그것을 그대로 모니터링 해서 들으면 되니까 괜시리 앰프와 이펙트 페달 들고 가서 쑈하는 것보단 훨씬 간편하고 결과도 좋다고 본다.

아날로그 이펙트를 고집하고 무거운 앰프와 패달보드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뭐랄까 CD가 처음 나왔을 때도 EP에 턴테이블을 고집하던 사람들 생각이 난다고나 할까? 지금은 그 때의 기술격차 (턴테이블 - CD 플레이어)보다 훨씬 더 큰 기술 격차 (아날로그 패달/앰프 - 앰프 시뮬)를 느껴야 하는 시절이다. 사실 앰프 시뮬하면 예나 지금이나 사기성의 앰프 시뮬 때문에 못 미더워 하는 수가 있는데, 그래도 많은 수는 (내 앰프 시뮬을 포함해서) 실제 앰프 설계를 그대로 반영했을 뿐 아니라 device 특성이 모두 idealistic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기계적으로) 좋을 수 없을 뿐더러, 아날로그 장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 - 이를테면 전원잡음, 100% 클린 부스트, 파워앰프 극한으로 밀어내기 (비정상 바이어스 포함), 등등 -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