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기타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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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열심히 치고 있진 않지만 열심히 쇼핑은 하고 있다. 그 반대가 되어야 맞는 것 같은데 그렇게 되었다.
요새 들여다보면 열심히 신제품을 내고 있는 곳은 Ibanez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 그저 그런, 언제 신제품을 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별로 없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기타를 치는 사람들이 꽤 많은지 ESP나 Ibanez가 선방하고 있는 만큼 다른 브랜드에서는 열심히 하고 있질 않으니까 말이다. 아니면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아도 꾸준히 잘 팔려나가니 아예 개발 자체를 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Strandberg 같은 경우는 하나의 바디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워낙 고가이고 Kiesel (Carvin) 같은 곳은 사실 주문 생산에 가까운데 역시나 가격이 꽤 높은 편이니까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가게된다.
참으로 Ibanez는 오랫 동안 좋아하게 되었지 싶다. 아이바네즈가 크게 인기를 모은 것은 80년대 중 후반부터이지 싶은데, 내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인데 20년 가까이 좋아한 것 같다. 사실 기타를 열심히 치던 때보다 오히려 지금.
가지고 있던 RG8570z를 팔았기에 더 그렇기도 하다. 혹시나 RG8570z는 얼마나 좋기에 최고가 라인에 있느냐 궁금해 할지 모르니 미리 답하면,
- 부품이며 자재는 매우 훌륭한 것 같다.
- 튜닝상태가 유지되는 것, 넥의 강성이나 곧게 뻗음은 솔직히 내가 써본 기타 중에 가장 좋다.
- 연주감도 당연히 너무 좋을 수 밖에 없다. 액션을 매우 낮게 해도 버징이니 이런 거 잘 안나타난다.
- 바디가 많이 무겁다.
- 90년대의 RG와는 좀 많이 다르다.
- 매이플 탑이 올라가 있어도 소리가 탁하다.
- 앰프나 이펙터를 걸어보면 리어픽업 때문에 실망한다.
- 리어픽업의 출력이 이상하게 작다.
- 리어픽업이 이상스레 phat하다. 그래서 심하게 말하면 front인지 착각하게 될 때도 있다.
- 배선 문제인가 뜯어보면 내부도 너무 정리가 잘 되어있고 흠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손을 봤기에 컨트롤 캐비티 (금속 재질의 뚜껑임)를 그냥 닫게 된다.
- 서스테인이 왜 이리 짧은 것인가? 아무리 세팅을 바꿔봐도 짧다.
이런 메탈 성향일 것 같은 기타에게 바라는 것은 훌륭한 서스테인과 바디 전체가 울려주면서 게인을 이쁘게 잘 받는 기타가 아닐까 하는데, 오히려 $149 혹은 $199 짜리 기타들의 울림만 못하다고 하면 믿을 것인가? 그런데, 정말로 그렇다. 5년간 열심히 연구해봤지만 내 스스로 원인을 알아내진 못했다 (그래서 팔았다!). 구매자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내 기대와 너무 다른 기타라 파는 것이라고.
내 첫 아이바네즈인 90년대 RG는 안 이랬다. 2000년대 초반 RG도 안 그랬다. Edge bridge 때문인가? Bass wood로 만들어서 일까? 어쨌든 당시 RG와 지금 J-custom은 넥도 다르고 바디 도장도 다르다. 브릿지도 다르고.
인도네시아 산 RG가 나올 때도 3-4대를 사봤는데 여기서는 생산지가 바뀌었으니까 이렇게 밖엔 못하는구나 할 수 있었지만 J-custom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2018년엔 AZ 모델이 나왔는데, 솔직히 이런 성향의 기타는 이미 많이 나와있고 픽업과 브릿지가 좀 고급스럽게 나온 것, 로스티드 메이플 넥 + 스테인레스 프렛 이런 것이 좀 끌리긴 했지만, 큰 차이를 가져오진 못하겠지 싶어서 J-custom을 팔고 생긴 돈으로 2017년대 프리미엄(not prestige)모델 두 갤 질렀다. 도착하는 대로 사진과 사용 소감을 적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