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와 아키라

한자와 나오키에서처럼 악덕을 저지른 자를 데려다가 팩트폭탄을 날려서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그런 타입의 드라마는 아니고, 인생에 있어서 ‘숙명’이란 것을 돈 문제에 붙여서 만들어낸 드라마라고 봐야할 것 같다.

‘숙명’이란 게 있다는 것을 나도 살면서 여러 번 느꼈는데, 참으로 놀랍고도 신비한 지경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와는 일평생을 두고 늘 다시 만나고 싶어했어도 어쩌다 길에서 한 번 마주할 일도 없는 반면, 너무 먼 곳에 있어서 다시 얼굴 볼 일 없겠구나 싶은 사람과는 예상치 않게 여러 번 조우했다가 다시 이별했다가 하면서 얽히게 된다.

그런 걸 보면 누군가가 얘기하듯 인연이란 것이 다 이미 정해져있어서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라는 말이라든가 인생의 경로라는 것이 미리 정해져있어서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있다는 말도 수긍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수긍할 때가 있다.

세상의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 것인지 구태여 셈을 해볼 필요도 없다. 내가 이 세상의 어떤 사람과 인연을 맺고 알아가고 있다는 것 놀랍고도 신비한 일인데, 그 때문에 행복하고 그 때문에 어처구니 없이 상처받고 힘들기도 하니 또한 놀랍고도 신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