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의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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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 뭐냐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게 많다.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이 들릴 수 있지만 많다. 그런데 듣는 사람이 누구냐 또 그것을 들으면 누군가 비웃을 것만 같아서 다른 것으로 포장해서 말하거나 뭔가 거창한 것으로 말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그것 때문에 정말로 그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살아오기도 했다.
좀 답답하고도 바보같은 일인데 난 여태 그것을 제대로 이뤄주고 살지 못했다.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이것을 못하게 하는 중요한 장애도 없었는데 못하고 살아왔고 지금도 못하고 있다. 가만히 따져보면 의욕이 없기 때문이고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릴 하기 싫어서이고 더 깊이 들어가면 스스로가 이것은 하지 못할 것이다 하고 벽을 쳐놓은 것이다. 이것을 하게 되면 이게 힘들고 저게 힘들고 하는 생각을 하고 정작 하고 싶은 일이고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인데 안되는 이유만 스스로 늘어놓기 바쁘다.
생각해보면 정말 한심하기 그지 없다. 그런데 누군가 내가 이런 생각이란 걸 알고 하게 도와주면 마지 못해 달겨들게 되고 그 이후에는 어떻게든 하게 된다.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아무도 내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관심도 없고 당연히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위시 리스트는 그 스스로가 나서서 이루려고 움직이지 않는 이상 누구도 관심없고 누구도 찾아내서 도와주지도 않는다.
오죽 답답하면 하느님께 도와 달라고 기도까지 할까? 내 스스로가 내 마음의 소릴 듣지 않으니 기도라는 형식까지 이용해서 스스로에게 ‘제발 내 말을 들어주세요 나! 님’ 하는 것이다.
인생은 오죽하면 스스로와의 싸움이라고 하지 않는가? 가만히 내 자신을 들여다보면 정말 속이 터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 둘 씩 실현해가고 내 앞에 펼쳐진 하루라는 시간을 보다 즐거운 방향으로 신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음에도 내안에 존재하는 무거운 덩어리 - 마치 모든 의욕을 잃고 축 늘어져 있는 시커먼 덩어리, 심각한 대사 장애가 있어 쓸데없이 비만해진 좌절감과 패배감을 먹이로 하며 이지 라이딩하고 있는 역겨운 존재 - 는 내내 부정적인 의견만 던지고 어떻게 해서든 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더 나쁜 것은 이런 내면에서의 부정적인 존재와의 충돌을 이겨내고 ‘움직’이고 나면 또 다시 이 부정적인 존재들은 결과를 분석해서 부정적인 결과들만 뽑아내어 달겨든다. 마치 손실로 가득한 계산서를 가지고 내게 달겨들어서는 ‘자 이걸 봐라. 내말을 듣지 않고 호들갑 떨더니 결훈 손해만 나지 않았냐? 넌 뭔가 할 수록 손해만 얻는 그런 존재다.’라는 혹평을 서슴지 않는다. 또 내 자신은 그런 말에 쉽게 설득되서는 이내 수긍하고 부정적인 존재에게 지배당한다.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고 무릎쓰지 않으니 지금보다 나아질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그 누구도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이런 문제를 스스로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다. 그들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나가기에 바쁘다.
살아가면 살아갈 수록 손익계산에만 빠삭해지지 손익계산의 예외가 있을 거란 것에 희망을 걸게 되진 않는다. +가 있으면 -가 있을 거란 생각에 사로잡혀 나를 위한 움직임을 하고나서 +가 많다고 느끼면 느낄 수록 그만큼 안보이는 -가 있을거라 집중한다. -가 많았다면 +는 전혀 들여다보지 않는다. 왜 반대로는 할 수 없는가? -에 치우치면 치우칠 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진다.
지금까지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내 자신에게 고분고분했던 존재였다면 앞으로는 그냥 속는 셈 치고, 실험하는 셈 치고 무조건 반항하는 존재가 되어보자. 부정적인 내 자신에게 반항하는 내 모습에 쾌감을 느끼도록 스스로를 학습시켜보자. 평소의 내 자신의 판단을 무조건 반대하고 움직여보자.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을까? ‘이래서 …안되’ 하면 무조건 실행하고 ‘…안하는 게 좋겠다’ 하더라도 저지르고 보는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실행하고 저질러 놓은 일들을 수습하느라 계산기가 돌아갈 겨를도 없을 것이다. 결과를 분석해가며 스스로를 자책할 겨를도 없을 거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을거다.
또 내 자신이 늘어지고 무기력해지는 것 같으면 마음 속 어둠의 세력에게 ‘싫어 반대로 할꺼야’ 해보자. 무슨 -가 생겨나든 안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마음이 들더라도 ‘나는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으니까’ 하는 내맘속의 포스를 믿어보자.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존재밖에 없다. 내 눈에 내 자신이 허접하고 능력없고 기력없다고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믿을 것은 더더욱 내 자신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바닥에 축 엎드려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존재에게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아니 어딘가에 푹 숨어들어가서 늘어져있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그냥 죽어지내는 것과 같다. 그냥 먹고 생명을 유지하려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포르말린 병속에서 형체만 갖추고 있는 표본이 되려고 나온 게 아니란 말이다. 아무리 눈에 띄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상태를 최대한 즐겨보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있을 수록 내가 몸을 담고 있는 물속은 점점 더 뜨거워져가고 뛰쳐나가겠다고 맘먹고 움직이지 않는 이상 그렇게 서서히 죽어잘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