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부여 받기

의욕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뭔가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을 가져보려 하면 “그래봐야 뭐 달라지나?”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가로지른다. 아마도 인생이 허무해지는 경험을 너무 많이 했나보다. 이제 뭔가 열심히 하더라도 그게 물거품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라는 사실을 맹신하는 단계까지 왔나보다. 뭐든 그냥 꾸준히 차근차근하면 쌓이게 된다, 잘하게 된다, 좋아지게 된다라는 사실을 부정하게 되었나보다.

그러나 인생은 허무하다. 평생도록 뭔가를 일궈놓는다고 하더라도 죽으면 다 끝이다. 누군가 믿는 대로 환생을 하더라도 그것은 더 이상 나의 소유가 아니다. 결국, 인생은 뭔가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다면 그것이 끝내 무의미하게 될 지언정 그 과정이 즐거우니 계속해서 이루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했더라도 그것은 나의 소유가 아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지. 허울뿐인 종이의 기록에 내 것이라고 남아있을 뿐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냥 우주의 소유라고 해두자.

그러면 어느 생각이 잘못되어 나는 지금 이렇게 의욕이 없는 것일까?

뭔가를 열심히 하고 남겨두어버릇 하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 영원한 내 소유가 될 것이라는 착각이 이렇게 날 허무함에 쪄들어버리게 만든 것일까? 세상을 너무 수지타산에 맞추어 살아온 것이 잘못 일까? 하나도 손해보지 않고 이득만 취하려 하였는데, 그렇게 하든 말든 어느 것도 내 소유가 아니다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았기 때문일까?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은 것인가? 어차피 허무해질 일을 해서 무엇하느냐 하는 계산이 서버린 것일까?

인생의 어떤 업적, 결과물을 수량화해서 그것을 남과 경쟁하는 척도로 삼으려 했었는데, 그게 이제 무의미하다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한다. 어차피 뭔가를 하더라도 그 누구에게든 인정받을 것도 아니고 그 누구가 인정하든 그것도 의미가 없고, 그 자체가 타인들과 나의 인생 격차(?)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았기 때문이지 싶다.

마음 수양을 위한 책과 강연을 계속 보다 보면 느끼는 것이 아래처럼 정리된다.

이런 저런 말을 듣고 보면, 아예 허무하니 아니면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하지만, 살긴 해야겠으니 매 순간을 즐기며 살라라는 뜻이다. 우리의 ego가 좇는 돈과 명예도 초월하는 것이 진정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이것 저것 너무 얻기 위해 분주하게 살지도 말고 스스로 스트레스 주지도 말며 그냥 주어진 순간을 즐기며 살라고 하는 것이다. 어차피 될 일은 노력하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되지 않을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으므로 인생의 매 이벤트에 일희일비하지 말란 소리도 한다.

가만히 뜯어보면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이들은 ego가 원하는 만큼 뭔가를 얻지도 이루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냥 듣다보면 ‘어차피 너희들은 해도 안되는 이들이니 마음이나 덜 괴롭게 그냥 현실을 만족하면서 살아라, 어차피 그렇게 애를 쓰나 안쓰나 때가 되면 죽는 게 인간이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니 그것에도 너무 연연하지 말아라’라고 들리기도 한다. 역시나 이고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엄청난 허무주의가 깔려있다.

그렇다. 정신수양을 위한 책과 강연을 너무 많이 봤다. 볼만큼 봤으니 이제 그만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