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있다.

요 사이에는 모든 관심이 주식에 쏠려있다. 그만큼이나 증시가 과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몇 개의 종목도 꽤 많이 올라있는데, 그래서 언제 파는 게 좋을까 하면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힘없는 개미들이 들어부은 것을 벌어갈 시간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래프를 보면 2008년 말에 미친 듯이 꺼져버린 이후로 엄청나게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말도 못하게 올랐다고나 할까? 최근 1년간도 엄청나게 올랐다. 오르는 속도가 느린 주식을 꾸준히 가지고 있는 게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미친 듯 오른 종목들이 꽤 많다.

최근 5년간을 보면 주가지수가 두배가 되었으니까 얼마나 경기가 좋았는지를 말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이 정말로 이렇게 엄청난 가치들을 만들어내서 오른 것일까 하는 의심만 계속해서 들 뿐이다.

버는 족족 모두 다 주식시장에 들이붓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싶기도 하고.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는 그래프를 보면 신이나기도 하지만 이래도 되나 싶어 불안하기도 하고 아주 요지경이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그냥 숫자 놀이에 불과하다. 내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이 그런식으로 마구 불어나는 것도 아니고 숫자만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다. 마치 저희들끼리 룰을 정해놓고 매일 같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룰이 너무나 복잡해서 관심도 없는 나도 몇푼의 돈이 그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룰은 잘 모르지만 내가 가진 무엇인가가 계속 불어난다는 재미에 같은 장단에 놀아난다. 나뿐 아니라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

어디 증시 뿐인가. 세상 모든 뉴스가 내 감각 기관을 통해 해석되어 들어오면 또 남들의 의견들이 곁들여지면 정말 좋은지 아닌지 몰라도 좋으면 좋은가보다 나쁜 것이면 나쁜다보다 한다. 나도 이것들이 진정한 내 자신과는 별다른 연관이 없구나를 느낀다. 깊이 갈 필요도 없다. 매일 매일의 내 생활에 연관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차피 못 들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는 것이다. 아니 차라리 머릿속을 어지럽히지 않았으니 나았다고나 할까?

죄를 저지르고도 당당하게 대중 앞에 나서서 스스로 결백한데 국가 권력으로 자신에게 허튼 짓을 한다고 하는 이도 있고, 어느 누구의 눈으로 보든 잘못한 것이 확실한데도 또 불순한 마음을 먹고 안좋은 일을 저질렀음이 확실한데도 법의 이름으로 기소하거나 체포하지 못하는 경우를 매일 같이 본다. 그 죄의 질로 볼 때 뉴스에 흔히 보도되는 흉악범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교활하고 죄질이 나쁨에도 쉽게 풀려나는 것도 본다.

다들 평생을 죄 안짓고 타인에게 피해되지 않으면서 공정하게 살아오려고 애를 쓰면서 살아간다. 아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피해 입지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산다. 그래야 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불이익을 당해도 웬만하면 그냥 침묵하고 조용히 지나치려 살아간다. 그렇게 오래 살다보면 내 마음 바닥에선 어느 덧 불길이 타오를 때가 있다. 왜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냐고, 왜 늘 피해만 보냐고, 왜 넌 그들처럼 타인들의 것을 빼앗고, 네 편의를 위해 그들을 이용하지 못하느냐고 말이다.

그렇게 하자는 뜻이 아니라 불의에 침묵하기만 하는 자신에게 ‘너도 공범자와 다를 바 없다’라고 하는 준엄한 양심의 소릴 듣는 것이다.

오늘도 뉴스에 나오는 죄질이 나쁜 범법자이지만 떳떳하게 사회 엘리트 계층으로 우대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얼굴들이 비쳐진다. 그들에게 이 세상은 재미있는 놀이터같은 모양이다. ‘아 재미삼아 속여봤는데, 들켰네?’ 이런 정도의 반응이라면 차라리 귀엽기라도 할텐데, 그들의 웃고 있지만 뭔지 이해하기 어려운 그 표정을 보면 ‘아니 여태 계속 속고 당하면서도 가만히 있다가 어떻게 된 거지?’ 라든가 ‘아니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세상에 나보다 악질들이 얼마나 많은데?)’하는 표정인것도 같단 느낌도 든다.

아예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그들이 하는 대로 아니 그들이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고 살던 때가 실질적으로는 더 행복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못 보고 못 듣고 살 때가 너희들에게는 더 행복한 시간이니’ 하는 생각으로 언론이며 사회의 감시탑 역할을 하는 것들을 모조리 돈과 권력으로 틀어막았겠지.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어렴풋 기억나는 뉴스에서는 국가 지도자들이 매일 매일 뭔가를 이루고 국민들은 열심히 일해서 또 다른 실적을 낳고 누군가가 사회를 위하여 기부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들만 나왔었지 싶다. 그 시절엔 여러 해 전의 언론 탄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삼엄함이 있던 시절이니까.

요즘 뉴스에 나오는 일들도 근현대사에 나오는 구한말과 대한민국의 아수라장과 그리 크게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돈과 권력, 주먹의 힘이 세상을 잡아흔들고 그저 힘없는 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더 잘 살아보나 미친듯 다람쥐 챗바퀴 돌리듯 사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아무런 기대도 말고 살아가고, 그렇지만 보고 들은 이상엔 내 안에 분노가 불타오를 지라도 그 분노는 잘 모아두었다가 내게 분노를 가져다 준 이들에게 되돌려주어야 맞지 않을까? 내 오늘 하루가 그들의 악행으로 인한 분노로 망쳐지지 않게 적당히 적당히 잘 담아두는 습관을 들여야겠지. 때가 되면 그 분노를 열심히 분출하지 않으면 우린 우리 스스로 우릴 미워하게 되는 우울한 결과를 맞게 될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