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다는 것

예전엔 가끔 있는 행사, 즉 일상 생활이 아닌 가끔 일어나는 일들, 여행을 간다거나 모임을 한다거나 할 때마다 카메라를 가져온 이들이 단체사진을 찍거나 두 세명이 모여서 사진을 찍곤 했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요샌 카메라가 너무 흔해빠졌기 때문인지 그런 일은 여간해서 잘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다지 의미있게 생각하지도 않고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게 되지도 않는다.

그냥 이런 일들은 늘상 있는 일이고, 나는 어제, 또 작년, 아니 10년전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만 생각하면 그런 기록은 남길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은 오히려 나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고, 이 좋은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도, 뭔가 많이 좋지 않아졌을 미래의 그 어느 순간에 과거를 그리워하며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하진 않으리라 입술을 깨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를 기꺼이 회상하고 그것들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시절은 내가 점점 더 전성기를 향해 올라갈 때가 아닐까 한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나의 미숙했던 과거가 나의 순진했던 모습이 좋았다 할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인생이 내리막을 걷고 있고 그것을 내가 충분히 인지하는 순간에 좋았던 내 과거들을 바라보는 것은 날 더 괴롭게 하기에 들여다보기 싫어지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이고, 그만큼 다시 나아지지 않을 것 같기에. 차라리 맘 굳게 먹고 강한 마음으로 버텨내기 위해선 과거 따위 잊고 살아야 되는 게 맞지 싶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