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보다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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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썰렁해지고 해도 짧아지고 비도 제법 온다. 이곳 날씨 특성상 대낮엔 비가 잘 안오지만 어쨌든.
흔히 하는 말이 ‘지금을 잘 살자’란 말 한다. 과거는 다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아무 걱정일랑 말고 지금에 최대한 의미를 두고 적극적으로 살아가자라는 말이 되겠지.
아무 걱정없이 잘 살아왔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미래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었을 때다. 미래는 그렇게 아무 생각 안해도 될만큼 해봐야 알 수도 없고 워낙 랜덤하니까 그러려니 해야 맞을텐데, 이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렇지 않아지는 게 문제다. 나름 삶에 대한 경험이 생기면서 과거의 어떤 패턴에 현재를 끼워맞춰 그것의 미래를 스스로 점치려하는 것인데, 나만 해도 굵직한 경제 위기(1998, 2008, 2018??)를 여러 번 체감하고나니 그것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미래에 대한 예측도 안좋은 쪽으로 흐르게 됐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IMF 이후로 미래에 대해서 먹구름 낀 하늘을 보듯 하게 됐지 싶다.
그런 것 모르고 살던 10대때라면 더 즐거운 20대가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더욱 풍요로울 30대, 그리고 40대가 있겠지 막연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10대가 경제위기를 여러 번 겪고 40대가 되었다고 하면, 그렇지 않은 40대라고 하더라도 밝은 미래를 그리기 힘들텐데 더더욱 수입이 줄어들고 몸도 약해질 50대, 더 줄어들고 더 약해질 60대를 생각하게 될테니 암울해질 수 있을 것이지 않은가?
즉, 이렇게 말하면 좀 뭐하지만 이것은 가진 것 없지만 미래가 있는 10대와 또 제법 이뤄놓은 게 있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없는 50대 둘 중 하날 선택하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면 보나마나 대부분은 가진 것 없지만 미래가 있는 10대를 선택하지 않을까?
뻔한 미래에서 가지고 있는 것을 내내 지켜가야 하는 인생보단, 앞을 알 수 없는 미래이지만 어떻게든 도전적으로 일궈갈 수 있는 인생이 더 행복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누구에게나 예측 불가한 미래가 놓여있다면 가진 것을 지켜나가기란 공격적으로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투쟁하는 것보다 우울하고 불안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즉, 가진 것은 많지만 불안한 지경 vs. 가진 것은 없지만 희망이 있는 지경 두 가지 상황에 대한 비교다.
이것은 사계절로 치면 겨울이지 싶다. 어차피 겨울은 찾아오는 것이고 그간 단련한 체력으로 그 겨울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느냐 아니면 체력 고갈과 병치례의 악순환 속에서 보내게 되느냐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