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주식 시장

2008년에 큰 경제 위기가 온 뒤로 2012년까진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좋다라는 이야기는 한번도 못 들어봤다. 2008년말 그 썰렁한 시기를 지나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도 안좋다는 얘기만 많았던 것 같다.

2012년 하반기를 지나면서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전세계적으로도 2008년의 큰 위기가 다시 복구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그것이 제대로 반응하기 까진 몇년이 더 필요했던 것 같고 2015년에 이르러서 그것이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었지 싶다.

이미 세계 요지의 집값들은 2013년부터 요동쳤고 한국은 반응이 조금 늦었지 싶지만 2016년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반응한 듯 하다.

2017년 말인 지금에 와서 주가의 상승 곡선은 매우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11월 들어서 일어난 변화들만 보면 정말 너무나도 눈부시다 할만하다. 다음 달엔 이게 얼마나 더 가파르게 바뀌게 될지 더더욱 궁금하고, 아니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11월 들어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회사들간의 인수합병 이야기도 많아졌고 거의 똥값 취급받던 주식들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버렸다. 경영 실적이 형편없던 회사들도 2008년 이후로 내내 근 10년간 빌빌 했다가 갑자기 미친 듯 큰 폭의 상승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된다.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바라보는 전망이 참으로 시덥잖은 회사들 조차 주식값이 마구 오르고 마치 전망이 있는 양 기사들이 나온다. 관련 업계 종사자도 아닌 이들이 가능성 있어보이는 호재들을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당장 몇 달 전만해도 회사 자체에서 정기적으로 내보내는 홍보 자료에도 그 누구 하나 관심없었었는데, 아니 오히려 그런 자료들이 나오는 날에도 주식은 떨어지기 바빴는데, 이젠 외부에서 묵은 정보까지 캐내어 전망이 있다며 기사를 내 줄 정도다. 없는 호재라도 만들어서 내줄판이니 웃겨 죽을 노릇이다. 물론 하나도 웃기지 않다. 모두 돈에 눈이 멀어 양심없는 짓을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낸 것도 아니고 법에 걸릴 만한 짓을 하진 않았으니 꼬투리를 잡을 수는 없다.

세상이 이상하게 웃기게 돌아가는 시점을 나도 여러 번 겪어봤고, 나도 남들처럼 주식 시장에 용감하게 뛰어 들어가진 않았지만 그러한 변화기에 나처럼 어수룩한 사람에게도 이래 저래 이득이라도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시절에는 그간의 우울했던 사람들에게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마지막 도파민을 있는 힘껏 짜내어 한동안 있지 않을 꿈을 나눠주려는 모양이다.

물론 그 짧은 시간을 끝으로 또 다시 장기간의 음울함 속으로 잦아들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분명히 2008년 겨울 그 썰렁한 시절을 맞을 때만 해도 분명히 이러한 순간이 다시 반복되어 찾아오니 그 땐 어떻게든 한몫하리라 했었지만, 막상 정신 차려보니 또 어느 새 버블의 정점위에 올라 앉아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직도 그 시절의 패기가 남아있는 이들이라면 비록 늦은 시점이라도 버블의 정점까지 가는 엄청난 스릴을 즐기게 되거나, 과욕을 부리다가 또 대폭락을 또 다시 체험하게 되지 싶다.

버블의 정점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때엔 반드시 5-6년 후에 회복기가 찾아오니 대출까지 잔뜩 받아서라도 자산 투자를 하라고 달력에 표시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