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가치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무슨 이유였는지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아무 것도 쓰지 못했다. 생각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번엔 희망이 없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골자는, 지금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더 나아갈 것이 없다고 하면 사람은 살아야 할 의미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해서 어떻게 나아가야 제대로된 나아감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는 앞으로 나가아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자리만 맴돈다거나 아니면 뒤로 나아가고 있는지 모를 수 있다.

분명히 그러한 상황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스스로를 잘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게 정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낭떠러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이번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11월 12월 동안 주식이며 자산 시세에 대해서 열심히 들여다볼 일이 있었다. 2017년 11월-12월은 정말 주식이며 주식에 상응하는 여러 가지 자산들의 시세가 엄청나게 뛴 시기이기도 하다. 아니 2017년을 통째로 놓고 보면 여태 ‘버블’의 시기라 불리던 때보다 어찌 보면 더 심하게 이들의 시세가 올라가버린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전망에 의하면 내년에도 올해 보단 못하지만 여전히 좋을 것이라고 한다.

올해 미국의 웬만한 기술주는 그 가격이 2-3배 정도 다 올랐다. 2016년을 포함하면 그정도 불어난 회사의 수는 훨씬 더 많아진다. 다우지수라든가 S&P 500, 또는 나스닥 지수만 봐도 90년대말 또는 2008년 후반부보다도 훨씬 더 높이 치솟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냥 그 그림을 보면 조만간 뭔가 강력한 힘에 의해서 조정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일부의 의견을 빼면 여전히 좋을 것이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난 동의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은행계좌에 현금이 별로 없고 (그것으로 대부분 주식과 같은 수익성 자산을 구입했기 때문에) 또 위험도가 높은 채권들의 수익률이 떨어질 정도로 마구마구 투자가 들어가고 있다고도 한다.

다들 자신이 가진 현금 자산을 이용해서 불리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자금이 들어와서 불 때기를 하는지 몰라도 어쩌다 잠시 떨어지나 싶으면 계속해서 오르기 때문에 이게 너무 과다한 것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것인지 혼동을 일으키게 한다. 막상 나도 여기에 넣으면 얼마든지 자산이 불어날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난다.

이러한 소득은 엄밀히 ‘투자소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노동을 통해서 번 것이 아니므로 ‘불로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승률 높은 슬롯 머신에 돈을 잔뜩 넣고 돌려 얻는 이득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행위를 ‘도박’이라고 말하면서 마약보다도 나쁘다는 식으로 얘기하지만 주식이라든가 채권같은 위험성이 있는 자산들을 굴리는 것에 대해서는 좋게 얘기한다. 일단 ‘gambling’이 아니라 ‘financing’인 것이니까 어감부터가 확실히 다르다.

이걸 따지고 보자면 우리 나라도 1998년 이후로 부동산은 쭈욱 상승국면이다. 영어 표현을 빌자면 ‘bullish’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가끔씩 하강 국면을 맞긴 했지만 20년 가까이 계속 상승중이고 전세계 증시와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팔기 전엔 비록 숫자에 불과한 것이지만 가만히 있으면서도 많은 돈을 벌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가진 집만 올랐으면 좋겠는데, 우리 단지, 아니 우리 동, 우리 구, 우리 시의 집들이 모두 오른다. 아직 (무리하게 빚을 내지 못해서 갈등하다가) 집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을 불쌍히 여기게 된다. ‘빨리 들어왔으면 몇 억 건졌을텐데 아깝다’ 하면서. 이것은 IMF 이후에 늘상 벌어지던 일이었는데, 20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마찬가지니까 아예 부동산은 전무후무한 불패의 자산증식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다 못해 노는 땅이 널려있는 캐나다에서도, 그것도 토론토에서도 땅이 없다고 폭등중이란다. 알고 보면 돈이 많아진 중국인들이 투자처를 찾아서 토론토까지 전부 점령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 일본인들이 하와이의 땅을 사들이고 했던 것처럼 중국인들이 제주도의 땅을 모조리 사들여버리듯 말이다. 중국인들의 땅사랑은 거칠 것이 없어서 국적을 불문하고 사들이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어쨌든 그 덕택에 기술 발전으로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의/식과 달리 주의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집을 가지고 있으면 늘상 내가 산 것보다 비싼 가격이 되어있으니까 안심이 된다. 이렇게 가다가는 계속해서 불어나서 융자금만 다 갚고 나면 노후는 자동으로 보장이 되는 꼴이 될 듯 하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우리 나라를 포함해서 수 많은 나라 사람들의 노후 대책은 전혀 되어있지 않단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자동으로 계속해서 증식하니까 노후 걱정도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왜 쓸데 없이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가? 집이 알아서 자동으로 증식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뭔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런 증식 속도로 보면 난 1년 내내 아무 일을 안해도 될 것 같다. 씨드 머니가 더 컸다면 모름지기 내 연봉의 2-3배 이상의 몫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듯하다. 수익률은 큰 데다가 떨어질 걱정도 없다니 세상에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에 있는지.

가계부채의 문제 역시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다. 계속해서 국가 부도를 내고 있는 나라도 있고. 도무지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미래를 위해서 저축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미련하고 무능하고 답 없은 일이 없는 듯 하다.

과연 1-2년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관전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