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로 긴 글을 적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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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블로그를 읽을 때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글을 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한심스럽게 적은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아니 전부다. 다 뜯어 고쳐쓰고 싶다. 그런데 너무 많다 고쳐야 할 게.
이제 나이 먹고 늙어서 내 실수가 실수로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른 건가 생각해보면, 10년이라도 20년이라도 젊었을 때는 글 조차 쓰지 않았고 만일 썼더라도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형편없는 수준이었을 거란 생각이다. 내용이야 그렇다 치고 기본적인 우리말 문법도 허접한 수준이다. 주어와 술어의 관계가 애매하고 또 주어인지 목적어인지 불분명한 것도 있고 주어나 목적어가 생략되서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인지도 모르는 내용도 많다.
그러나! 더 허접하고 어설퍼지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쓰고 읽고 해야 한다. 직립 보행 생물로 살기 위해 걸어야 하는 것처럼.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처럼.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말로 잘 옮기는 훈련을 하는 것 처럼. 약해지지 않기 위해 고된 체력 훈련을 하는 것 처럼.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살아가면서 유지해야 하는 기본적(?)인 능력이란 게 왜 이리 많은 것인지. 하루 중 대부분의 일과는 살면서 어찌어찌 보유하게 된 기능들이 퇴화되지 않게 힘쓰는 투쟁의 연속이다. 이제 더 이상 좋아지거나 발전하는 것은 없는 것일까? 새로 획득하게 되는 기능보단 얻은 기능이 녹슬지 않게 하기도 이리 바쁘니. 어제가 다르고 한달 전이 다르고 1년 전이 다르다.
적어놓은 글들을 바라보다가 발견한 습관적인 오타는 사실 우리말을 잘 몰라 생긴 것인데 그래서 확실히 의도적이라 너무나도 많은 블로그/메일 글에 써놨기에 블로그를 전부 뒤져서 해당 오타를 멀쩡한 것으로 수정하는 스크립트를 만들어 돌려봤다 (Thank you, regex!).
거의 모든 블로그 파일들이 다 걸려들었다. 그런 어설프고 또 어설픈 사람이 나다.
그래도 그렇게 적다보면 나의 모자른 점 조금씩 깨닫고 고쳐나가고 있다. 물론 그 새 신경 안쓰는 다른 기능들은 몰래몰래 퇴화의 길을 가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