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들고 싶어졌다. 그러나.

한동안 내 생활에 대한 기록도 남기지 않고 그 누구와도 엮이지 않으려 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생활의 기록을 사진으로라도 남기고 싶단 생각을 했다.

카메라를 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에 넣어보니 무게가 만만찮았고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것이 별로 마음 편하지 않았다.

차라리 폰카를 쓰는 게 낫지 싶었는데 때마침 요새 폰카도 말을 잘 안들어서 (third party os를 쓰는 지라)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카메라는 부지런히 렌즈를 사모아서 24, 35, 50, 85, 70-210 이렇게 있지만 24를 늘 끼고 다니게 된다.

35는 심도도 얕지 않으면서 어설픈 화각이고 50은 너무 망원 같고, 85는 정말 망원이라 그렇고 70-210은 렌즈자체도 크기 때문에 달지 못한다.

‘나 왜 렌즈를 사 모은 거지?’

렌즈 교환식의 카메라는 왜 산거지? 하는 질문까지 하려다가 도저히 답없는 인간이 될까 싶어 참는다.

폰카의 화각은 내 짐작으로 24mm보다도 넓은 것이 20-22mm 쯤 되지 않을까 하는데, 내가 영 멍청하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게 폰카를 쓸때마다 느끼게 된다. 밖에서 뭔가 맘에 드는 광경을 목격하고 찍을 때 폰카의 화각이 너무 큰 데 애매한 위치에서 카메라를 빼든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이렇게 오래 카메라를 만져왔다면 담고 싶은 화각을 잡아내고 그것을 내가 가진 화각의 렌즈로 제대로 담아낼만한 위치에 가서 꺼내들어야 맞는 것인데.

난 일단 폰카를 꺼내고 본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화각이 나오면 그냥 거기서 포기한다.

요약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