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해 거래 한 기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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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타에 전혀 신경 못 쓰고 지내다가 이제 좀 한숨 돌리다보니 또 기타 바꿈질에 열중하게 된다.
사실 기타 바꿈질은 가지고 있는 기타가 별로 맘에 안들기도 하거니와 값싸고 매력적인 기타가 자꾸 나오는 바람에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고도 기타의 대수를 늘려갈 수도 있고, 오히려 금전적인 여유를 더 갖으면서도 다양한 기타를 섭렵할 기회가 생긴다는 말도 된다.
- 팔아버린 기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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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anez RGR465m:
넥포켓에 살짝 문제가 있어서 좋은 가격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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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ire Classic Vibe 60s:
리어픽업이 싱글이라 빈티지한 맛은 있는데, 프렛이 21이라 아쉽기도 하고 튜닝 안정성도 좋지 못한 반면 또 스콰이어에서 나름 고가라인이지만 특별히 메리트도 없고 해서 좋은 가격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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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phone Les Paul Standard
이제 이것을 끝으로 레스폴은 그만 사기로 했다. 레스폴 스탠다드라고 해도 매우 무겁다. 연주감도 좋지 않다. 소유하고 있던 것은 대략 3년쯤 되는데 거의 만지질 못했으니 상태는 완전 신품과 비슷한 급인데 좋은 가격에 넘겼다. 인수자가 싼값에 새걸 갖게 되었다며 아주 좋아서 펄펄 뛰었다.
- 구입한 기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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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on JS11 Dinky
잭슨에서 이렇게 싼 기타도 나오나 혹시하는 마음에 사봤다. 기분전환 할 겸. 물가로 보면내가 기타 첨 배울 때 부모님이 사주신 이름 모를 낙원상가 기타의 절반 값도 안될만큼 싸다고 봐야된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바디는 포플러라고 되어있는데, 몇 piece를 갖다 붙인 것인지 최소 5-6조각은 되지 싶은데, 그게 또 깔끔하진 못해서 도장면 위가 울퉁불퉁하다. 어쨌든 기타가 바디 나무재질이 좋아야만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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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rling Sub Silo3
뮤직맨 기타 중에서 사실 Axis가 좋아보였는데 너무 비싸니까 Sterling의 Axis를 보다가 그것도 너무 비싼듯 해서 Sub까지 내려갔는데, 픽업 구성이 Silo3가 맘에 들어서 구입했다. 역시 기타 값은 초보자용 기타 가격이다. 이 기타는 내가 기대하는 소리는 그대로 내주고 있다. 아주 다목적으로 잘 쓰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어떤 메이커의 최하층 라인을 사게 되면 그보다 높은 혹은 최상급 라인의 제품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좀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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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S Standard 24 SE
에피폰을 팔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봤는데, 이것은 솔직히 구매실수라고 봐야한다. 연주가 편한 것도 아니고 소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기타라고 해야할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셋인넥 이런 기타들과 잘 안맞는지도 모르겠다.
이 기타는 변칙 튜닝도 맘대로 하고 속주도 하고 재즈도 할 겸 해서 샀는데, 이도 저도 다 아니다. 차라리 그냥 Dot335 이런 걸 한대 따로 갖고 있는 게 맞지.
- 팔아버릴 기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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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anez RGIR27BFE
7현은 혹시나 하고 샀다가 역시나 하고 거의 새것인 상태로 내보내게 된다. 결정적으로 포지션 마크가 없는 게 방출의 이유되겠다. 이번엔 나도 djent에 빠져볼까 하고 산 것인데, 7현을 치려면 그냥 내내 7현만 치든가 아니면 말든가 해야 맞다. 6-7현을 왔다갔다하면 이게 손에 안익어서 원하는대로 잘 안된다. 그래서 멀리하다보면 영영 안치게 되고 또 7현으로 6현 가지고 놀던 걸 하려면 영 원하는 느낌이 안나와서 또 멀리하게 된다. 7현도 내 인생에서 이것으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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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anez RG8570Z BX
이 기타는 솔직히 Black Friday때 뭘 살까 웹을 돌아다니다가 전혀 상관없는 Ikebe-Gakki에서 산 것인데, 구입하는 프로세스며 배송까지 너무 맘에 들었고 박스를 개봉해서 얼마간까진 참으로 황홀한 기분이었는데, 그게 거기가 끝이었다는 게 문제다. 기타는 하드웨어가 좋고 세팅도 완벽에 가까우면 좋긴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손과 내 귀가 기타를 좋아하느냐 아니냐다.
세팅은 내가 다시 했지만, 하드웨어는 내가 만난 기타들 중에 정말 이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것은 없었다. 몇 달은 안만지고 놔두어도(ㅋㅋ) 튜닝이 거의 나가질 않는다. 그 정도로 브릿지며 다 좋다. 변칙 튜닝하기에도 좋고 장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 내 귀와 손이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내내 하드케이스 안에서 숨만 쉬고 있었다. 솔직히 구입 후 1달 이내에 어떻게든 처분하려고 했는데, 그 때 처분하나 지금 처분하나 이미 그 가치는 내가 구입함으로써 많이 훼손되었기에 어쩔 수 없이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다.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에 신품과도 가까운 수준인데 방출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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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S Standard 24 SE
이것은 이미 말한 바와 같다. 다용도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타이지만 모든 용도로 다 쓸 수가 없다.
- 구입할 기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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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anez RG6PCMLTD
이 기타는 디자인도 맘에 들고 특히 넥의 디자인이 괜찮으면서도 아주 강력해 보이고 스테인레스 프렛이라는게 참 끌린다. 난 메이플 프렛보드를 좋아라 하기에 이 모델이 더 맘에 든다. 이참에 프리미엄 라인도 한번 써보고 싶다. Craftmanship에서 J custom의 손을 들어줄 수 있지만, 마호가니 바디 때문인 것인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무지 만족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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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anez MSM1
Marco Sfogli의 시그니처 모델인데, 그 사람을 특히 좋아해서라기 보단, 유튜브에 직접 나와서 이야기하는 걸 보면 연주자의 입장에서 이것 저것 의미있는 기능을 잘 반영했어서 끌리게 된 기타다. 기타는 바디 모양만 빼면 SV5470의 구성에 RG body를 하고 그 위에 특이한 탑을 올린 것인데, 이것도 전체적인 색이라든가 분위기가 가을에 아주 잘 어울리는데, 밝은 분위기에서 보면 다 죽어가는 나무 껍데기 같은 느낌으로 아주 칙칙하기 그지없어 보일 수 있어 고려중이다.
이미 2016년에 나온 것이라 곧 햇수로만 2년이 되는 셈인데, 빠르면 2018 NAMM show 전에 갖게 될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으면 2018 NAMM show에 나오는 것들을 보고 결정해야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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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son JS32 Dinky
JS32는 2014년에 소개된 것인데 가성비가 너무 좋아서 2017년에도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옵션 색깔이 있어서 잭슨이 이렇게 같은 모델에 다양한 옵션을 붙여팔았나 싶을 정도인데, 경영 방식이 완전히 외부 OEM으로 간 다음에는 소위 변종이 너무 많아진 느낌이다.
나야 원래 잭슨 브랜드의 느낌도 잘 모르고 그저 기타가 싼데 쓸만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니까 이 가격에서 플로팅 브릿지가 달리고 메이플 지판에 나쁘지 않은 외관을 제공하면서도 나름 내가 JS11을 통해서 검증한 연주감/소리로 봤을 때 에브리데이 기타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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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기타를 왜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냐 할텐데, 예전 같으면 저가 기타들은 기능상의 문제가 심해서 사실 살생각을 안했고 중간가격대 물건도 이러 저러한 아쉬움이 있어왔기에 함부로 기타를 살 수 없어 많아야 2-3대 정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최저가 라인으로 나오는 기타들도 아주 쓸만하다. 물론 튜닝 안정성이라든가 아밍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조심해서 해야하지만 집에서 가지고 놀다가 어딘가 찍힌다 해도 예전처럼 눈물 나는 지경도 아니고 혹여 개조를 하다가 망가져도 쉽게 털 수 있는 것들이라 좋다.
누군가 얘기하는데, 내 기준에서 싸다고 하는 기타들도 평균소득이 낮은 어느 나라의 기타 플레이어에겐 부담스러워 한동안 모아야 살 수 있다고 한다. 내 입장에선 돈을 모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 구입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릴까봐 나름 갈등해서 구입하긴 한다. 또 내 입장에선 대단히 고가의 기타임에도 누군가에겐 장작이나 별 다름없다는 것처럼 얘기하는 이들도 많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중국이 기타를 OEM 하게 되면서 가격은 심하게 낮아지면서도 전체적인 기타의 품질이 많이 올라간 느낌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진 것과 달리 하드웨어의 품질은 단가 경쟁을 위해 낮추었을지는 몰라도 기타 본연의 소리는 중국 OEM이 훨씬 좋게 들린다. 전체적인 악기에 대한 평가도 그것을 반영한다. ‘값이 싼데 그에 비해서는 좋다’라기보단 그냥 그 기타 자체가 ‘값과 상관없이’ 혹은 ‘약간 조잡한 하드웨어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다’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기타 들고 어디가서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초보자 취급 받는 것은 그냥 감수해야겠지만, 취미와 프로의 차이는 만족시켜야 하는 대상이 내 자신이냐 혹은 타인이냐가 아닌가? 어찌되었건 간에 나만 좋으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