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 Vai와 Ibanez Universe/Jem

Steve Vai가 solo album을 처음 낸 시점이 1984년이고 두 번째 앨범 “Passion & Warfare”을 낸 것은 1990년이라고 한다. 당시에 Joe Satriani의 기념비적인 “Flying In a Blue Dream”(1989) 앨범을 듣고 큰 충격을 먹고, 이듬해 90년에 나온 Steve Vai의 이 두 번째 앨범을 듣게 되었을 때는 인간의 한계를 넘는 연주로구나 싶어서 한마디로 경이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너무 엄청나서 기계적인 조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wah와 whammy bar를 너무 사용해서 짜증이 나기도 했던 것 같다.

그 당시를 보면 30살을 바라보던 Steve Vai는 큰 모험을 건 것이고 당시 세계적인 대 메이커로 도약하려는 Ibanez의 의도와도 정확히 맞아 떨어진게 아닐까한다. 당시 신예 Shredder라고 하는 이들은 거의 가 다 Ibanez 기타를 썼고 Steve Vai에게는 사실상 2개의 Signature guitar가 만들어졌는데, 하나가 Universe이고 또 하나가 Jem되겠다.

Universe는 초기엔 마블링이 된 바디 피니쉬에 7현 + Lo Pro Edge 7을 달고 있었던 파격적인 기타였고, Jem은 바디의 일부분을 파내어 손잡이 (monkey-grip)를 만들어 넣은 역시나 파격적인 기타였다. Jem은 1987년에 발매되고 Universe는 1990년에 나왔는데, 사실 “Passion & Warfare” 앨범으로 Universe와 Ibanez guitar를 전세계적으로 크게 홍보하지 않았나 한다.

반면 Joe Satriani의 JS 모델은 기존의 540R을 살짝 변형한 모델이라 그 인기는 그다지 덜 파격적이었다 봐야할 것 같다만.

Universe와 Jem의 디자인은 당시에 매우 파격적인 것이었던데다 가격도 매우 높았어서 그에 1/20 미만의 기타도 간신히 만질 수 있었던 나로서는 꿈의 기타였는데, 사실 지금도 보면 마블링 (swirl이라고 하는 모양) 피니쉬가 된 universe는 여전히 매우 고가의 기타가 되고 있다. Jem 같은 경우는 Indonesian made의 Jem JR까지 있어서 나름 가격이 많이 착해졌다. Steve Vai가 Youtube에서 하는 얘길 들어보면 지금도 이 디자인에 대한 license 비용이 지금도 어마어마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하니까 그 인기는 정말 대단한 모양이다.

얘길 잘 들어보면 지금의 RG의 design도 Universe와 Jem에 의해서 그 디자인이 진화하게 된 것이라는데, 사실 이 디자인은 전형적인 super-strat의 디자인이 되어버렸다. Super-strat의 입장에선 사실 선구자적이었던 Jackson/Kramer/Hammer/Charvel은 Fender strat을 살짝 개량한 예전 그 디자인 이후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반면에 말이다.

나의 경우는 그 반대로 대중앞에 너무 나서는 행보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았는데, David Letterman에 Universe를 들고 처음 등장할 때만해도 괜찮은 연주자구나 싶었지만, 이후로 어디 가서 연주하든 선풍기를 얼굴 앞에 틀어놓는다거나 과다한 액션에 짜증을 느껴서 Universe와 Jem도 혐오했던 것 같다. 사실 Universe와 Jem은 Steve Vai를 떼어놓고 보면 Super-strat의 디자인으로는 당시엔 매우 파격적이었고 지금도 역시 매우 훌륭하기 때문에 그저 그런 Super-strat에 식상한 입장에선 정말 끌리는 기타가 아닐 수 없지만, (이미 충분히 유명함에도 대중 앞에 계속 나대는) Steve Vai를 생각하면 사고 싶은 맘이 뚝떨어지는 그런 기타였던 것이다. 사실 비슷한 가격대의 J-Custom의 경우는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매우 정숙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이쪽이 더 선호되기도 하고 말이다.

나에게도 Jem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Jem7DBK라는 모델이었는데, 역시나 파격적인 디자인과 피니쉬임에도 비교적 저렴하게 풀린 Jem이었기에 한동안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에 테스트 삼아 중고로 입양했었는데 블루스를 주로 한다는 전주인이 무려 0.011 게이지의 스트링을 달아서 썼던 관계로 소리도 맘에 들고 디자인도 맘에 들었지만 오래 쓰지 않고 방출했던 기억이 있다. 인천에 산다는 고등학생이 받아갔는데, 어쨌든 지금은 이것도 희귀한 Jem 모델이 되었다.

이번에 새로은 Jem, 인도네시아산 Jem77WDP를 들이게 된다. Jem7v-wh의 감동은 아니더라도 Jem7DBK 이상의 감동은 느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예전 모델에 비하면 넥은 많이 강화되었고 걱정스러워보이는 헤드와 넥 사이의 접합부도 J-custom처럼 두툼해졌다. 이것 역시 지난 번 J-custom처럼이나 실망스럽지 않길 바랄 뿐이다.